사회 사회일반

따릉이 타려면 안전모 챙겨 와라?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7 17:52

수정 2019.06.07 17:52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됐는데, 내년까지 4만대 깔리는 따릉이는… 서울시"개인이 알아서 준비해야"
서울시, 작년 헬멧 대여 서비스 분실률 높고 이용자 적어 중단
처벌조항 없는 안전모법 사문화 국회 '의무→권고' 수정안 발의
지난해 8월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여의나루역 '따릉이' 대여소에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헬멧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지만 저조한 실적에 후속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해 8월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여의나루역 '따릉이' 대여소에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헬멧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지만 저조한 실적에 후속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해 9월부터 '자전거 안전모(헬멧) 착용 의무화' 법안이 통과돼 헬멧을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법안 시행 후 9개월이 지나도록 별도의 대응이 없어 안전 대책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측은 법안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도 헬멧 착용을 유도할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헬멧 의무지만 "개인이 갖춰야"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따릉이 대여 수는 하루 평균 2만9188건으로, 지난해 같은달(1만4925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따릉이 이용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헬멧 착용'에 대한 별도의 안전 지침은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시 '따릉이 고객센터' 측은 "자전거도로가 아닐 경우 헬멧 착용이 의무화는 돼 있으나 처벌 조항은 없다"며 "현재는 따로 헬멧을 대여하지는 않고 있으며, 개인이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전거 착용 시 안전모(헬멧)을 의무 착용하도록 바뀌자 8~9월 헬멧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저조한 이용률과 높은 분실률로 인해 이후에는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도 '뾰족한 수가 없다'며 난감한 입장을 토로한다. 시범 운영 실적이 저조했던 데다, 따릉이 이용을 위해 개인이 헬멧을 지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관계자는 "(헬멧 대여)시범 운영을 해 보니 기대만큼 결과도 있지 않고, 헬멧 구비에 대해 논란 등이 있어 관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서울시는 지난해 따릉이를 2만대까지 확보한 데 이어 올해 3만대, 내년 4만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여소도 600곳을 추가로 설치해 대여소 간 평균 거리도 줄일 계획이다.

따릉이 타려면 안전모 챙겨 와라?


■'자전거 헬멧 의무' 실시 사문화

실제 자전거 헬멧 착용은 지난 9월부터 의무화됐지만, 관련 법안이 통과된 직후 사실상 사문화됐다. 처벌 조항이 없어 시민들의 체감이 저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주일에 2회 이상 따릉이를 이용하는 이모씨(30)는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통과된 줄도 몰랐다"며 "도심에서 조심히 타고 다니기 때문에, 헬멧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곧바로 '의무'를 '권고'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자전거 헬멧 의무화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도 사실상 멈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측에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 관련해)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며 "서울시에도 관련 조항이 없다가 관련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조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과는 별개로 자전거 안전모 착용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최근 5년간 자전거 승차 중 사망자 1340명 중 안전모 착용률은 11.2%에 불과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히 '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교통사고로 처리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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