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이 10일 정규 5집 '아베크 피아노'(Avec Piano)로 돌아온다. 무려 9년 만의 새 앨범이다. 'Avec Piano'는 지난 2010년 발매된 정규 4집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에 이은 또 하나의 피아노 연주곡 앨범으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퀄텟 등 다양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룬다. 정재형은 이번 앨범에 원숙해진 감성과 과감한 시도를 담았다. 전작에 비해 다양성이 담긴 것이 귀 기울일 만한 점이다.
정재형은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작곡을 하고, 연주가들과 유려한 악기 연주로 표현해 완성한 곡들을 새 앨범에 오롯이 담았다. 이 앨범에서는 그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정재형은 'Avec Piano' 작업에 대해 "고통스럽지만 행복했다"고 표현했다. 꾸준히 시간을 할애해 작업을 하고 악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힘들었지만, 음악인으로서는 그 과정도 좋았다고. 특히 완성된 앨범을 받았을 때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며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애증'이라 말하기도 했다. 항상 아티스트이고 싶다는 정재형,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한 그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지난 2010년 'Le Petit Piano'를 발매한 이후 9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신보를 내기까지 고민도 많았을 듯한데.
▶9년을 온전히 새 앨범에 할애한 건 아니다. 지난 2010년에 'Le Petit Piano'를 만들면서 3부작 시리즈를 기획했었다. 피아노의 정서가 처음이었다면, 실내악이 두 번째, 연주회가 세 번째였다. 2010년에 '안단테'를 통해서 이런 식의 앨범을 만들 것이란 걸 미리 알렸다. 그런데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 주제가 선명했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한 두 달 만에 작업을 멈추고 영화, 뮤지컬 음악 등을 작업했다. 그러면서 (앨범이) 늦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화나 뮤지컬을 하면 '끝나고 해야지' 싶은데, 선뜻 작업이 안 되더라.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작업을 힘겹게 하다가 '모든 일을 병행할 순 없겠다' 싶어서 방송을 정리하고 지난해에 3주 정도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면서 실마리를 잡았다. 만들고 나니 뿌듯하다. 애증의 앨범이다.
-작업 여행에서는 어떤 영감을 얻었나.
▶내가 머무른 숙소가 산 꼭대기에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어서 처음에는 '내가 여기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1~2일이 지나자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동화됐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 처음엔 초라함을 느꼈지만 나중에는 위안을 받았다. 온전히 나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자연 안에 있는 느낌을 고스란히 청자에게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루틴하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서핑을 다녀오고 오전 10시쯤부터 작업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곡을 쓸 때 물리적인 시간도 중요하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다'고 표현하는데 그런 시간이 내겐 많이 필요했다. 오전, 오후 2~3시간은 온전히 작업을 한 것 같다. 작업을 하는 게 고통스럽지만 행복했다. 외롭고 쓸쓸한 느낌인데 슬프진 않았다. 마음이 꽉 차 있던 시간이었다.
-연주곡에서 악기를 어떻게 활용했나.
▶한 곡 한 곡 그 악기를 위한 곡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미스트랄'(Mistral) 같은 경우는 바람을 첼로의 음색에 담아봤다. '라 메르'(La Mer)는 바이올린을 활용해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에 애잔한 슬픔이 묻어나도록 했다. '안단테'(Andante)는 마지막에 굉장히 고음이 있는데 이걸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비올라로 연주하면 고음에서 희열이 느껴져서 그렇게 했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고 있는지.
▶나는 굉장히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면 큰일 났다.(웃음) (요즘엔 대중성도 정의하기 어려운 게) 아이돌 음악을 들어보면 구성이 다양하더라. 우리 세대는 멜로디에 익숙한데 요즘 아이돌들은 패턴이 바뀌고 아방가르드한 음악도 자연스럽게 하지 않나. 어린 친구들도 이걸 받아들이고.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싶어서 힘을 얻었다. 예전에 가요라는 장르 안에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못하고 있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갔었다. 그곳에서 한동안 영화 음악으로 디스코그래피를 채웠는데 그때 재즈도 해보고, 나답지 않게 밝은 음악도 해봤다. 더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신보가 어떤 평가를 받았으면 하나.
▶잘 팔렸으면 좋겠다.(웃음) 무턱대고 소신을 갖는 시기는 지났다. 깊이 있지만 대중성을 놓칠 수는 없다. 접근 방식이 다소 생소할 수는 있지만 소통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접근 방식이 생소하다고 하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보완한 부분이 있을까.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미소) 도슨트처럼 곡에 대한 설명을 한 자료도 만들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DJ처럼 곡 설명을 했다. 또 일본으로 작업 여행을 갔을 당시를 작업기처럼 영상으로 담았다. 안테나에서 영상을 하는 친구들이 찍어줬다. 안테나가 체계적이다.(웃음) 제작기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력하고 있다.
-안테나의 수장 유희열도 많은 도움을 줬을 듯한데.
▶가장 큰 힘이 됐다. 음악에 관한 회의만 세 번을 했다. 한 번은 내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도 '형은 할 수 있어'라고 해줬다. 연주곡을 준비하다가 노래곡을 쓰기도 했는데 연작을 하자고 기다려주고, 중심을 잡아준 사람이다. 앨범 작업을 마치고 나니 너무 고맙더라.
-이후에는 시리즈가 이어질까, 아니면 가창 앨범도 만나볼 수 있을까.
▶가창 앨범도 들을 수 있다. 안 해주면 다른 기획사 찾아가서 노래 앨범만 낼 거라고 협박했다.(웃음) 일렉트로닉을 심도 있게 하는 앨범도 고민 중이다. 그렇지만 일단은 연주 3부작을 잘 만드는 게 목표다. 연주곡 시리즈가 완성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 괴롭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 산을 넘어보고 싶더라. 한 걸음씩 나아가서 시리즈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그랜드 피아노' 같은 경우는 멋진 음악을 고민 중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규가 아닌 다른 형태의 음반도 낼 계획은.
▶다른 형식의 음반이 있다면 아마 작곡가로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곡을 주거나 영화 음악이지 않을까 한다. 나도 절제 아닌 절제를 해서 아이유에게 노래를 준 이후로 곡을 많이 못 줬는데, 이제 작곡가로서도 활발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해볼까 한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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