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안녕하세요!" 배우 정이서(26)가 눈을 반짝이며 인사했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에서 젊고 당찬 피자집 사장 역할로 영화 초반 활력을 불어넣은 그는 실제로는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무척 예의가 발랐고,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한 '배우 꿈나무'였다. 오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마스크는 김고은이나 김태리처럼 자신만의 개성으로 가득찬 배우 선배들을 떠올리게 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정이서의 지인들도 많이 축하를 보내 왔다고. 하지만 정이서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닌데 축하를 해주셨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저는 아직 큰 화면에서 제 모습을 보는 게 낯설고 불편한 게 있는데 신기했어요, 한 영화에 제가 나오는 게. 또 항상 존경해오던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것도 신기했고요. 황금종려상 수상은 믿기지가 않았고 아직은 뭔가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원래 정이서는 '기생충'에서 다른 배역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오디션을 보고 난 후 피자집 사장 역할의 제안이 들어왔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설정된 피자집 사장은 40~50대 캐릭터였지만,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팀은 연령대를 낮춰가면서까지 정이서를 캐스팅했다.
정이서는 처음 '기생충'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를 떠올리며 "사실은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웹드라마 '마이 엑스 다이어리'를 찍을 때였다. 봉준호 감독 영화라면 어떤 역할이든 무조건 출연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대사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고.
"사실은 장난 전화인 줄 알았어요. 캐스팅 디렉터 분이 연락이 왔어요. 감독님이 (저를 두고) 생각하신 역할이 있다고요. 피자집 사장 역할인데, 그때 연령대도 알게 됐어요. 원래 40대~50대 배역인데, 연령대를 낮춰주실 생각을 하고 계신다고요.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봉준호 감독이 굳이 배역의 나이를 낮추면서까지 정이서에게 피자 사장 역할을 준 이유는 뭘까. 정이서는 "아직은 모르겠다"면서도 영화를 찍고 보면서 정리했던 자신만의 해석을 알렸다.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기로는…. 영화의 뒷부분에 형사 같지 않은 형사, 의사 같지 않은 의사가 나오잖아요. 저 역시 일부러 피자 사장 같지 않은 피자 사장으로 캐스팅 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또 젊은 사장이 가족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더 느끼실 수 있으니까요."
'기생충'은 독립영화에서만 활동했던 정이서가 찍은 첫번째 상업 영화다. 현장은 따뜻했다. 봉준호 감독은 무척 다정하게 대해줬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함께 연기한 송강호와 장혜진 등 선배 배우들도 친절했다. 특히 송강호는 "연기 잘하더라"며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는 정이서에게 무심한 듯 따뜻한 한마디를 해주기도 했다. 정이서는 그때를 떠올리며 "날아갈 듯이 기뻤다"고 했다.
신인으로서는 매우 좋은 시작이다. 정이서는 "오히려 더 두려움이 생겼다"고 했다. 첫 작품부터 너무 좋은 영화를 찍어 겁이 난다는 것이다.
처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3살 때 부모님의 일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 7년을 살았고, 초등학교 때 다시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보게 된 한국 영화에 큰 충격을 느꼈는데,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해 공감과 위로를 줬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20살 때 처음으로 입시 연기학원을 등록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연기를 하게 된 셈이였죠. 그때부터 죽 하나만 연기 외에는 다른 꿈이 없었다. 부모님은 지금은 반대하시지 않아요. 오히려 뿌듯해 하시기도 해요."
정이서의 '롤모델'은 칸의 여왕 전도연이다. 지향점은 전도연이지만, 아직까지 위대한 배우가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가 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다.
"전도연 선배님은 어떤 역할을 해도 아우라가 느껴져요. 정말 감히 평생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좋아합니다. 작품을 많이 해야 많은 분들에게 익숙해질텐데, 저는 아마도 처음 보는 배우이실텐데 익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편해지고 싶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고 '저 배우 또 왔구나' 반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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