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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헬싱키 프로세스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7:17

수정 2019.06.12 17:17

핀란드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른바 '헬싱키 프로세스'에 관심을 표명했다.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 등 핀란드의 원로 지도자들을 만나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 구축에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하면서다. 이날 면담이 진행된 핀란디아 홀은 '헬싱키 협약' 최종 의정서가 서명된 곳이다.

헬싱키 협약은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75년 체결됐다. 서방 측 나토 가맹국과 구소련 중심 바르샤바 동맹국 등 총 35개국이 참여했다. 조약은 아니지만 주권 존중, 전쟁 방지, 인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한 합의에 대한 정치적 구속력을 기대하면서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이 협약을 이행하는 긴 과정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50대·60대조차 잊고 있었던 헬싱키 프로세스를 다시 환기시켰다. 그래서 단순히 방문국에 대한 덕담 차원인지, 아니면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가동하려는 의도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7년 "유럽이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유럽안전보장기구를 만들고, 석탄·철강 공동체를 발전시켜 유럽연합을 만든 것은 동북아에도 좋은 모범"이라고 했었다.

만일 문재인정부가 실제로 헬싱키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하겠다면 유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중 하나는 냉전이 심화되며 서방 측에 경제력에서 밀리기 시작한 소련이 동서 분할이라는 현상 유지를 위해 헬싱키 협약에 응한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사상의 자유와 인권 존중을 담은 협약의 제7항이 빚은 '나비효과'다.
즉 사회주의권의 동유럽국들이 자국 언론에 물린 재갈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면서 하나둘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특히 독일 통일도 동독인들이 서독 TV 시청으로 외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그 실마리기 풀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소극적이거나, 남북 방송 상호개방에 주춤거리는 인상을 줄 이유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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