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우면산 산사태‘ 사망, 서초구 경보 미발령이 원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3 11:59

수정 2019.06.13 11:59

지난 2011년 7월 27일 서초구 우면산에 발생한 산사태로 남부순환도로가 토사와 부러진 나뭇가지로 뒤덮여 있다. (2011.07.28 박범준기자) /사진=fnDB
지난 2011년 7월 27일 서초구 우면산에 발생한 산사태로 남부순환도로가 토사와 부러진 나뭇가지로 뒤덮여 있다. (2011.07.28 박범준기자) /사진=fnDB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초구 공무원들이 인근 주민들에 산사태 경를 발령하지 않고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발생의 원인이 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우면산 산사태로 숨진 김모씨(여) 아들 K씨가 서초구와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우면산 산사태는 2011년 7월27일 엄청난 집중호우로 인해 삽시간에 토사와 빗물이 인근 주거지역을 덮쳐 사망자 16명, 부상자 51명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재해다. 당시 75세로 우면산 인근 송동마을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김씨는 산사태 발생 다음날 산사태로 쏟아져 내려온 토사 등에 매몰된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후 K씨는 “서초구는 산사태 발생 당일 산림청으로부터 산사태 경고 메시지를 받았음에도 주민들에게 산사태 경보·주의보를 발령하거나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서초구와 서울시, 국가가 연대해 1억 3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와 서울시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서초구에 대해선 “송동마을 등 산사태위험1급지로 분류된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방송이나 통반조직을 이용하는 등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1심은 다만 “산사태 당시 호우는 이전에 자료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유례없는 집중호우였다“며 서초구의 배상책임을 50%로 제한, 장례비(258만원)와 위자료(2500만원)로 총 2758만원을 유족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서초구청의 산사태 주의보·경보 미발령 및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위법행위라고 보면서도 이런 위법행위와 김씨 사망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장례비가 아닌 1200만원의 위자료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서초구가 산림청 홈페이지에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등록했더라도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으면 발령여부를 알 수 없는데, 홀로 거주하던 75세의 망인이 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서초구가 산림청 홈페이지에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를 등록했다면 망인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들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나아가 서초구가 주민들에게 지역방송이나 앰프방송, 통반조직 등을 이용해 대피를 권고했다면 지인들을 통해 망인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초구의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