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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에 불똥 튈라… 정부 '경기 정점 시기' 판단 미뤘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7:53

수정 2019.06.17 18:51

'언제부터 꺾였나' 기준 논의.. 분과위원 12명 중 3명 불참
2017년 5월, 9월 유력했지만 시기 못박을땐 文정부 경제 오판
최저임금 인상 등 비판 우려한듯
소주성에 불똥 튈라… 정부 '경기 정점 시기' 판단 미뤘다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이 결국 우리 경기의 수축국면 전환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론 논의를 더 거쳐봐야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시점을 설정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우리 경기의 하락 전환 시기는 2017년 5월과 9월이 유력하다. 이때부터 우리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문재인정부의 출범 즈음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 경기 확장국면에 쓰는 정책을 펼쳤다.
따라서 경기정점을 이 시점으로 설정하면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판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된다.

국가통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는 17일 대전 통계센터에서 '최근 경기순환기의 기준순환일(정점) 설정(안)'에 대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논의를 했다. 당초 이날 전문가회의를 열고 경기 기준순환일(정점)을 설정할 계획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추가 논의에 대한 계획도 알려지지 않았다. 한 분과위원은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말을 아꼈다. 다른 위원들도 회의 직후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분과위 소속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의 중지를 모으지 못한 만큼 당장 국가통계위가 정점을 설정할 일도 없어지게 됐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달 말 혹은 내달 초에 공식 판정할 필요도 없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정점을) 설정하지 못하면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데 그게 6개월 후가 될지, 내년 상반기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사실 회의는 시작 전부터 경기정점 설정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정점 설정 여부는 논의 안건으로 올라가지만, 반드시 정점에 관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위원 12명의 의견이 수렴되면 결정이 되고 수렴이 안 되면 결정이 안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의는 분과위원 12명이 모두 모이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논의과정에서 12명의 의견이 수렴되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회의는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분과위원장의 사회로 송복철 통계청 경제통계국장,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김진호 공주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승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교수, 이성호 이노디랩 대표 등 정부 당연직 및 위촉직 9명이 자리했다. 그러나 모두 12명 중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을 비롯해 3명은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75% 의견만으로 경기정점에 대한 판단을 내리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의 시간 역시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으나 다 채우지 않았다. 이날 안건은 경기정점 설정 외에 2개 안이 더 있었다.

회의는 갑론을박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정점 설정 자체를 하지 않고 미뤘거나 위원 사이에서 정점에 대한 중지가 모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기정점의 정확한 진단은 경제정책의 적절성 여부와 연결되므로 주목되는 쟁점이다. 정부가 이달 통계위원회 분과위를 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정점을 설정할 경우 2017년 2·4분기~3·4분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시기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시기다. 따라서 그대로 결정이 날 경우 정부는 정책 오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상승국면일 때 사용해야 할 정책을 하강기 때 사용하면서 고용대란 등을 불러오고 경제의 경착륙 위험을 높였다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2017년 4월에 '회복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민간 연구기관의 우려에도 정부는 '경기회복' 판단을 버리지 않다가 올해 4월에서야 '경기부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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