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단독]美실리콘밸리식 투자유치 가능해진다…"SAFE 1호 계약 임박"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2019.3.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2019.3.6/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19.4.2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19.4.2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중기부, 법무부 법률검토 마쳐…"현행 상법 위반 아니다"
'SPC 레버리지프로그램' 도입도 검토 착수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식 벤처캐피탈 제도인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조건부 지분인수계약)'의 국내 도입이 현실화된다. 이르면 7월쯤 국내 첫 SAFE 제도 수혜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SAFE 제도는 현행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초기 단계때 주식 추가발행 없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 없이도 현행법상 문제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중기부와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액셀러레이터협회와 SAFE 제도의 국내 적용을 긴밀히 협의 중이다. 협회가 민간에서 투자사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 중기부가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약서 작성의 실무를 돕는 식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실적이나 영업활동 등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어 투자가치를 환산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AFE가 되입되면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한 시점까지 이를 늦출 수 있어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AFE 제도는 기업가치 산정이 가능한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후속 투자자들의 가치에 연동해 선행 투자자에게 일정 할인율을 적용,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업 초기 A스타트업에 B사가 투자한 경우 바로 지분가치를 산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후 가치평가가 가능한 시점에 C사가 A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되면 이를 기준으로 B사가 투자한 금액을 지분으로 환산하게 된다. SAFE가 '조건부지분인수계약'으로 불리는 이유다.

SAFE 제도는 초기 투자자의 지분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지 않아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창업 초기 단계부터 과도하게 많은 지분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SAFE 투자유치는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초기 창업 스타트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성장 여부에 따라 투자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부담이 덜하다. 초기 단계부터 기업가치 이상을 투자했다는 시장의 우려를 줄일 수 있고, 투자기업이 크게 성공하면 후속 투자유치가 수월해 투자금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현상유지 수준일 경우 투자한 만큼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SAFE 투자는 국내에선 위법이란 지적도 제기돼왔다. 국내 상법상 벤처투자방식을 주식,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 저촉 여부를 문의한 중기부는 법무부로부터 "SAFE 도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회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 발행을 새롭게 하지 않는 창업초기 기업 투자 SAFE의 경우 상법 대신 형법상 계약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다. SAFE는 창업 극초반 투자유치의 마중물 역할로 그치고, 향후 후속투자 단계에서는 상법의 적용을 받게되는 구조인 셈이다.

중기부는 국내에 처음 도입돼 시장에 낯선 SAFE 제도 확산을 위해 창업 기업에 투자사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투자계약서 문구를 자문하고 샘플 계약서도 제공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체 투자시장을 완전히 뒤엎는 개념의 도입이 아닌, 투자를 좀더 빠르게 진행하고 초기 투자단계에서의 활성화를 위해 SAFE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 초기 SAFE를 벤처투자의 방법으로 인정해주는 등의 활동을 하게된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엑셀러레이터협회의 긴밀한 협업 속에 현재 SAFE 제도 첫 국내적용 사례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약서 작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어서 이르면 7월쯤 성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조만간 1호 계약식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업 간 계약이라 최종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진행이 많이 돼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SAFE 제도 첫 계약이 체결되면 향후 초기 창업벤처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기부는 벤처투자에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비상장기업 투자 전문회사(BDC) 설립 관련법 개정도 고려 중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2 벤처붐 확산 전략'을 통해 SAFE 도입과 함께 벤처펀드 100% 출자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은행에서 M&A 등 대형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레버리지 프로그램' 신설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기부 산하 기술보증기금는 최근 '국내 벤처캐피탈 금융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SPC에 대한 레버리지프로그램 설계 방안 모색' 검토에 본격 착수한 상태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보 보증도 들어가야 하고 펀드가 주체가 돼 설립하는 격이어서 법률 검토를 세세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이 법인 격으로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상황을 풀어야 해 필요하다면 법 개정 추진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SAFE 제도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탈 제도인 '컨버터블노트' 도입도 저울질 하고 있다.
오픈형 전환사채로 불리는 컨버터블노트는 투자 시점에 기업가치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SAFE와 동일하지만, 투자유치액이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자와 상환의무가 있는 컨버터블노트는 상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SAFE 제도의 안착 여부를 지켜본 뒤 추가도입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상환 의무가 없는 SAFE가 초기창업 스타트업에 더 적당하다는 판단으로 우선 추진 중"이라며 "SAFE를 먼저 도입한 뒤 컨버터블노트 필요성이 제기되면 도입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