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거짓말이 낳은 또 다른 거짓말".. 軍신뢰 회복 가능할까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3 15:49

수정 2019.06.23 15:49

북한 어선의 강원 삼척항 정박 사건과 관련,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대국민사과까지 했지만 불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까지 의혹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23일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북한 어선 사건 관련,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를 열어 이번 사건이 정쟁으로까지 이어져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北목선 남하와 관련해 軍안보 문제 및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北목선 남하와 관련해 軍안보 문제 및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했다며 '국기문란' 사태로 규정했다.
또한 북한 어선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등과 함께 정부를 향한 압박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2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일이 정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여 국민들에게 소상히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사건 발생 직후 여론은 우리 군의 경계작전 실패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약 일주일 간 군의 입장이 계속해서 달라지면서 정부와 군의 거짓 해명, 조직적 축소·은폐 의혹에 비난의 목소리가 집중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지난 20일 정경두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난 이후, 정부와 군을 향한 질타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사건발생 당시의 해경 상황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사건 발생 19분 만에 청와대와 총리실, 국정원, 통일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에 해당 내용을 상세히 보고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북한 어선과 관련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군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북한 어선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되고 있다.

또 청와대 행정관이 군 당국의 비공개 브리핑을 몰래 참관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사전조율을 거쳤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군 당국이 브리핑에서 제대로된 설명을 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청와대에서 정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당분간 군 당국의 발표를 못믿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심지어 야권을 중심으로 정경두 장관 해임론까지 제기되는 등 군 당국이 바닥난 신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회복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서 현 상황이 참 안타깝다"며 입을 뗐다.
문 센터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하나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들을 확대·재생산하게 되면서 결국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이런 발표를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하진 않는다"며 "군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내용을 감안해 발표 내용이나 수위를 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군에게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실에 입각해서 밝히고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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