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0만㎞당 사고 0.05건"…KTX고양차량기지 가보니

뉴시스

입력 2019.06.23 13:35

수정 2019.06.23 13:35

근로자들의 일손을 덜어줄 로봇 시스템도 대거 도입 중정비와 경정비 시설이 붙어 있어 부품 신속한 공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고양 정비 기지에서 대차 작업중인 정비사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고양 정비 기지에서 대차 작업중인 정비사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수도권 철도차량정비단. 부지 면적만 142만2000㎡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이곳에 하루 운행을 마친 KTX 산천 차량 한 대가 철로 위를 미끌어지 듯 서서히 이동 중이다. 차량은 대문 모양의 한 야외 시설물을 통과해 차량기지 공개 행사에 참가한 국토교통부 기자단이 서있는 장소로 조금씩 다가온다.

대문 모양의 야외 시설물은 운행을 마친 차량이 정비단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이다. KTX열차의 전기공급장치인 펜터그래프(옥상기기)·열차를 제어하는 브레이크패드의 이상 유무를 감지한다. 이곳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시속 300km로 내달리는 고속 열차에서 실시간으로 모은 데이터와 더불어 부품 2만개가 촘촘히 집적된 차량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고양 철도차량정비단은 정비에 하루 가량이 소요되는 ‘경정비’부터 차량 전체를 분해하는 ‘중정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제공한다. 경정비와 중정비가 함께 진행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 유일하다는 게 코레일측의 설명이다. 그 규모도 프랑스 비샤임 기지의 6배에 달한다. 정비사 980여명이 바퀴 점검부터 차량 분해까지 각종 정비를 담당한다.

정비단 기지에 들어온 차량은 자동세척을 거친다. 본격적인 점검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거치는 '워밍업'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강한 바람을 분사해 표면에 붙은 곤충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척액으로 다시 씻어낸 뒤 바람을 분사해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어 엔진을 비롯한 동력장치, 에어컨 등 실내설비, 차축 등을 검수하는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간다.

차량 점검을 받기 위해 고양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으로 들어오는 KTX차량.
차량 점검을 받기 위해 고양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으로 들어오는 KTX차량.
경정비의 출발은 마모된 바퀴의 원형을 복구하는 ‘삭정’이다. 열차가 달릴 때 하중을 그대로 받는 바퀴의 미세 손상 부위를 정밀하게 깎아 다시 균형을 맞춰주는 작업이다. 정비사들이 첨단장비로 마모 정도를 정확히 파악한다. 회사 관계자는 “바퀴를 계속 깎아주다 보면 크기가 줄어든다”며 “열차는 1년에 50만km를 달리는데, 2~3년에 한번씩 (바퀴를) 바꿔준다”고 말했다.

KTX 수도권 차량정비단의 강점은 두 가지다. 우선 중정비와 경정비 시설이 바로 붙어 있어서 부품의 신속한 공유, 의견 교환 등 협업의 시너지를 높였다. KTX가 고속철 차량을 수입하며 경정비 기술도 함께 도입한 프랑스 알스톰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이 회사는 중정비와 경전비 정비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부품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장거리를 오가야 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를 비롯한 4차산업 기술도 정비의 효율을 제고이는 열쇠다. 정비단은 달리는 차량이 서버에 보내온 ’이상 신호‘를 사전에 분석해 부품을 미리 준비한다. 또 정비 인력도 사전 대기하도록 한다. 환자(차량)의 처방전을 미리 받아 약재(부품)를 사전에 준비해 효율성을 높이는 격이다. 첨단기술이 뒷받침된 시스템이 이러한 과정을 지원한다.

대차(바퀴 구동장치)를 교환할 때 사용하는 동시인양기.
대차(바퀴 구동장치)를 교환할 때 사용하는 동시인양기.
이러한 첨단 시스템의 한 축을 이루는 게 달리는 차량에 배치된 컴퓨터 20여대다. 트레일러 프로세스 유닛(TPU). 메인 프로세스 유닛(MPU)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컴퓨터는 동력부를 비롯한 열차의 여러 핵심기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이상여부‘를 선제적으로 파악한다. 철도차량정비단 관계자는 “기기의 LED 불이 꺼지거나 빨간 불이 들어오면 불량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일손을 덜어줄 로봇 시스템도 대거 도입했다. 수많은 부품을 분류하고 옮기며 들어올리는 물류 부문에서 로봇을 활용해 업무효율을 높였다. 부품 입출고, 보관 장소 등을 컴퓨터로 관리해 한 부문에서 차질이 빚어지면 자칫 전체 공정이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정비의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게 정비단의 설명이다. 장비 세척, 도장 작업 등에도 로봇이 쓰인다.


철도차량정비단은 고양 외에도 부산 가야(고속차량), 부산 서면(일반차량), 호남 광주송정(고속차량) 등 전국에 4곳이 있다. 강원 강릉에는 KTX-산천을 담당하는 경정비 차량사업소가 운영중이다.
정비단 관계자는 “고속철도는 사고가 100만㎞당 0.05건에 그칠 정도로 안전성이 뛰어나다”며 “지구를 2000바퀴 돌았을 때 사고가 한 번 날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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