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혼때 재산분할 않기로 했어도 연금은 포기 없었다면 나눠야"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3 18:02

수정 2019.06.23 18:02

대법, 원심 깨고 고법 돌려보내
배우자와 이혼조정을 하면서 조정조서에 향후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더라도 국민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겠다는 합의가 없었다면 옛 배우자에게도 본인의 국민연금 일부를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씨가 "연금분할비율 별도결정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1997년 결혼한 A씨와 B씨(여)는 2017년 이혼소송을 하면서 살고 있던 아파트는 A씨가 갖되 재산분할로 B씨에게 1억7000만원을 지급하고 미성년자녀의 양육비를 부담하는 내용의 조정에 합의했다. 조정조서에 A씨와 B씨는 '향후 상대방에 대해 조정조서에서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청산조항)도 포함됐다.

그런데 B씨는 이혼조정이 성립된 지 두 달 뒤 공단에 국민연금법 제64조의3에 따라 분할연금 선청구를 했다. 국민연금법은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였고, 60세가 됐을 경우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60세 이전에 이혼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부터 분할연금을 미리 청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단에 이혼조정에 따라 노령연금에 대한 자신의 분할비율이 100%, B씨의 분할비율이 0%로 별도결정됐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에게 '조정조서에 국민연금 분할에 대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으므로, 분할비율 별도결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통지, A씨의 연금분할비율 별도결정신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이혼 조정조서에서 이혼과 관련해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했다"며 "국민연금 선분할 청구는 이혼과 관련한 재산분할 대상이므로 내 노령연금 분할비율은 100%, B씨의 분할연금 분할비율은 0%로 봐야 하므로 연금분할비율 별도결정신청 거부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비록 공단의 주장처럼 조정조항에서 A씨의 국민연금수급권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조정 경위 및 내용, 구체적인 조정조항 등을 검토해 보면 A씨가 장차 공단으로부터 수령할 노령연금수급권을 포함해 B씨와 사이에서 재산분할이 종국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B씨가 분할연금수급권을 포기해 온전히 A씨에게 귀속시키기로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산조항 적용범위는 어디까지나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은닉된 상대방의 재산에 관해 이혼당사자 사이의 재산분할 청구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된다"며 "B씨가 공단을 상대로 자신의 고유한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청산조항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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