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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1호기 원전사고 "한수원 안전불감증-부실관리 때문"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4 10:47

수정 2019.06.24 10:49

원안위,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 발표
한수원 무자격자 원자로 운전, 열출력 초과했는데 즉시 정지안해..지침 위반 등 사실로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이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1호기 '수동정지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이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1호기 '수동정지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5월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 원전 수동정지 사건은 무자격자의 원전 운전, 작업자의 판단 착오, 운영기술 지침 불이행 등 관행화된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원전 안전관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수원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에 무자격자가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지시·감독 없이 원자로를 일부 운전한 점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한 상황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은 점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측의 거짓말도 드러났다.
한수원은 운영기술지침서 상의 열출력이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아니라 2차측 열출력이라 주장해왔는데, 이번 특별조사에서 2차측 열출력값도 5%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조사단은 △사건 당시 제어봉의 과도한 인출 경위 △열출력 급증에 따른 핵연료 건전성 △제어봉 구동설비의 안전성 △원안법 위반 등 미비사항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원전 담당자는 잘못된 계산 판단을 근거로 제어봉을 과도하게 인출하기로 결정했다. 제어봉의 12단 위치편차 해소를 위해 66단에서 100단까지 제어봉을 과도하게 인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원자로 차장의 잘못된 '반응도(원자로 임계에서 벗어난 정도) 계산'에 기초해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봉 조작자의 조작 미숙도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5월 10일 실시한 제어봉 제어능 시험 초기에 발생한 제어군 위치편차는 제어봉 조작자의 조작 미숙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제어봉을 인출하는 과정(0→66단)에서 1개 제어봉(M6)이 12단 편차를 가지고 인출됨에 따라 당시 근무자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100단까지 한 번에 인출하기로 하고 이를 실행했다.

원안법 위반도 여러 건 확인됐다.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에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하게 되면 즉시 수동정지를 해야 한다. 당시 근무자들은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한 상황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주제어실에 다양한 경보음이 울리며 운전원들은 즉시 제어봉을 삽입해 안정상태를 유지했지만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급증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주급수펌프 정지신호가 발생돼 보조급수펌프가 자동 기동했다.

또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3개 근무조가 참여했다. 그러나 작업계획서 작성, 중요작업전회의 등 한수원이 정한 자체 절차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근무자 교대시마다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최초 투입된 근무조만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 수행한 것임에도 반응도를 계산한 원자로차장은 기동경험이 처음이었다. 이를 보완하는 교육훈련도 받지 않았다.

경영 평가 관행도 문제로 드러났다. 계획된 공정기간 준수가 우선시 되는 관행, 정비 기간이 연장될 경우 발전소 평가에서 감점을 부여하는 등의 경영상의 문제도 확인됐다.

다만 원자로냉각재 내 핵연료 손상시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의 방사능 준위변화에선 핵연료 손상의 징후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원자로냉각재 비등(沸騰, Boiling)으로 연료봉 표면에 기포가 과도하게 생성돼 영향을 미치는 열제거능력은 여유도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원안위 특별사법경찰은 현재 광주지방검찰청 지휘로 원안법 위반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원안위는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수원 측은 이날 "원안위의 특별조사 중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앞으로 남은 조사 및 향후 재발방지대책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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