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낙서, 음지에서 양지로... 울산 십리대숲 아예 낙서판 설치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4 14:27

수정 2019.06.24 14:27

울산시 십리대숲 2곳에 '추억의 낙서판' 설치
간벌한 대나무 원통 32개 잘라서 이어붙여
매직펜까지 비치.. 데이트 성지 명성 이어가기 위한 방편
울산시는 24일 태화강지방정원 십리대숲에 대나무 낙서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들이 칼과 송곳으로 대나무 기둥 곳곳에 이름 등을 새기는 등 자연을 훼손해 왔다. 마음놓고 낙서가 가능한 대나무 낙서판이 설치되자 방문객들이 매직펜을 이용해 추억을 남기고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울산시는 24일 태화강지방정원 십리대숲에 대나무 낙서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들이 칼과 송곳으로 대나무 기둥 곳곳에 이름 등을 새기는 등 자연을 훼손해 왔다. 마음놓고 낙서가 가능한 대나무 낙서판이 설치되자 방문객들이 매직펜을 이용해 추억을 남기고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울산=최수상 기자】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을 보호하기 위해 울산시가 아예 낙서가 가능한 대나무 낙서판을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본보 2019.6.15. ‘대나무에 '♡' 칼질.. 철없는 연인들로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몸살’ 제하 기사)
대나무도 살리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데이트 성지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한 방편이라고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추억의 낙서판'으로 이름이 붙은 낙서판은 간벌한 대나무 원통 32개를 잘라 붙인 게시판 형태로 만들어졌다. 누구나 자유롭게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게시판 옆에는 매직펜도 비치했다. 칼과 송곳 등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하지 않아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이 낙서판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은하수길 2곳에 설치됐다. 울산시는 주기적으로 대나무를 교체해 연중 낙서 공간을 확보해 주기로 했다. 교체한 대나무는 매년 정월대보름 때 소원지 달집에 넣어 함께 소각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향후 낙서판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호응도가 높을 경우 '추억의 낙서판' 설치를 확대해 나가고, 또 낙서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발굴을 하는 등 십리대숲 대나무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낙서 예방을 위해 “대나무 사랑! 낙서하지 맙시다” “추억은 가슴에만 새깁시다” 라는 내용의 홍보 깃발 150개를 설치했다.

또 연말까지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12명을 투입, 계도 및 순찰활동을 벌이고 매주 월요일에는 태화강정원사업단 직원들이 직접 대나무 낙서 확인 순찰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낙서가 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대나무는 총 195그루로, 이중 복원이 불가능한 25그루는 제거하고 정도가 약한 170그루는 친환경 페인트 등으로 낙서를 지워서 대나무를 보전했다고 울산시는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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