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로 조업정지 면한다지만…과징금도 반갑지 않은 철강업계

뉴스1

입력 2019.06.24 16:21

수정 2019.06.24 16:25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에 개수 공사를 앞두고 중장비가 설치되고 있다./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에 개수 공사를 앞두고 중장비가 설치되고 있다./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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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더 개방 잘못'부터 인정하라는 셈" 사실상 거부
"고로정비시 블리더 개방 불가피…폭발방지차원에서 인정해야"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철강업계가 고로(용광로) 안전밸브(블리더, Bleeder) 개방과 관련해 조업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받더라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을 내면 당장 조업정지는 면할 수 있지만, 대기환경보전법 예외 조항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24일 전라남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남도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에 예고한 '조업정지 10일'을 과징금 6000만원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남도는 지난 18일 포스코를 상대로 블리더 개방 시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청문회를 진행했으며, 과징금 대체가 적절하다는 의견의 청문 결과를 지난 21일 담당 부서에 전달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청문 결과를 검토 중으로 기존 조업 정지를 유지할지, 청문 결과대로 과징금으로 대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만약 지자체가 과징금으로 선회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지자체로부터 조업정지 처분 예고를 통보받을 경우 조업 정지 대신 과징금을 내겠다는 전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블리더 개방과 관련한 행정처분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는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업계는 제철소 고로 정비를 위한 휴풍(休風)시 블리더 개방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감안한 정책집행과 법리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풍시 블리더를 개방해 잔여가스를 배출하지 않을 경우 고로가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세계철강협회도 브리더 개방과 관련, '휴풍 시 블리더를 열어 고로의 잔여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소량의 고로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이 없으며, 회원 철강사 어디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는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소개하며 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10일간의 조업정지는 고로 조업 특성상 3개월 이상의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이 기간 약 120만톤의 제품 감산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이 고로당 8000여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고로가 12개임을 감안하면 고로 중단 사태가 이어질 경우 피해액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을 낸다고 하면 나머지 고로에 대해서도 모두 과징금을 내야하는 것인지, 또 블리더 배출과 관련해 잔여가스 제거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매번 과징금을 내야 하는 지 등의 문제도 있다"며 "'조업정지로 인한 피해가 크다면, 과징금 처분을 받아들이라'는 식의 처분은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한테 더 큰 형벌을 면하려면 자백부터 하고 보라는 식의 억지 주장 아니냐"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경부가 구성한 민관협의체 활동에 최대한 협조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우선 집중하겠다"며 "과징금에 대해서는 아직 전남도의 통지를 받지 못해 언급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 여부가 받아들여질지 여부를 우선 지켜보겠다"며 "만약 이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 5월30일 충청남도청으로부터 고로 블리더 개방으로 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이유로 당진제철소 고로 조업을 오는 7월15일부터 10일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포스코는 지난 4월24일 전남도로부터 광양제철소 고로를, 5월27일에는 경북도로부터 포항제철소에 대해 조업정지 10일을 각각 사전 통지받았다.

현대제철이 청문 절차도 없이 서면 검토만으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은 데 반해 포스코는 현재 지자체별로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고로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 지자체, 산업계, 전문가 및 환경시민단체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올해 8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민관협의체는 Δ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배출량 파악 Δ해외 제철소 현황 조사 Δ오염물질 저감 방안 및 제도 개선 모색 등을 수행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업정지 처분은 지자체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환경부가 구성한 민관협의체에 당사자들이 포함된 만큼 활동 결과가 행정처분이나 향후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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