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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늘어나는 따릉이 때문에…한강자전거대여소 울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6 11:24

수정 2019.06.26 13:39

“보세요. 죄다 따릉이에요. 따릉이 대여소가 한강 옆이라 거기서 다 끌고 와요. 저희(한강공원 자전거 대여소) 매출이 엄청 줄었죠.”
지난 23일 낮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의 자전거 대여소. 이곳에서 2년째 근무중인 박모씨(62)가 자전거를 매만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족, 커플이 와도 따릉이만 탄다”며 “우리가 2인용·아동용 자전거도 서비스한다지만, 자녀와 함께 온 부모 본인들은 따릉이를 타고 여기선 아동용 자전거만 빌린다”고 하소연했다.

21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대여소 자전거들 대부분이 천막으로 덮여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21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대여소 자전거들 대부분이 천막으로 덮여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싼 가격에 가족, 커플 다 '따릉이'만 찾아
한강공원 바깥에서 자전거를 끌고 오는 따릉이 이용자들이 눈에 띄었다. 나들이를 나온 임유정(16)·임현우(12) 남매도 따릉이를 타고 주말을 즐겼다. 임현우군은 “(누나와)한강이나 공원을 갈 때마다 따릉이를 탄다”고 말했다.

공원으로 곧장 이어지는 여의나루역 삼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따릉이 이용자들과 자동차들이 자주 뒤엉키곤 했다.

이촌 자전거 대여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요일 낮, 기자가 현장 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눈 15분간 자전거를 빌려 간 손님은 1명뿐이었다. 30여 대의 자전거 중 일부는 아예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대신 초록색 바퀴의 따릉이들이 대여소 앞을 지나쳤다. “따릉이 때문에 장사가 예전의 절반도 안 돼.” 대여소 일만 14년을 했다는 이모씨(59)는 “(상황이)갈수록 안 좋아진다”며 “평일에 다섯 대는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촌 한강공원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인 ‘베르가모앞’ 따릉이 대여소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40개의 거치대에 남은 자전거는 3대 밖에 없었다. 많은 시민들은 자전거를 끌고 4차선 도로와 다리 밑을 지나야하는 수고에도 따릉이를 골랐다.

21일 서울시 용산구 ‘베르가모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들이 빠져나간 모습 /사진=윤은별 인턴기자
21일 서울시 용산구 ‘베르가모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들이 빠져나간 모습 /사진=윤은별 인턴기자

■50~60대 자전거 대여소 직원들 '한숨'
‘따릉이’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사업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곳곳의 무인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원하는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누적 회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시민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따릉이를 “성공적인 공유경제 모델”로 홍보했다.

그러나 한강에서 자전거 대여사업을 하는 민간 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강남과 강북 지역을 나눠 2년마다 자전거 대여사업권 입찰 공고를 낸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운영권을 가져간다. 2017년부터 지금의 두 업체가 강남 9개소, 강북 5개소를 운영 중이다. 낙찰액은 각각 13억, 5억 원이 넘었다.

문제는 이들이 운영을 시작하고 따릉이 대여소가 가파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2017년 3월에 705개던 따릉이 대여소는 다음 해 말 1540여 개가 됐다. 자연스레 한강공원에 가깝게 설치된 대여소도 늘어났다. 2017년 6월에 생긴 서울 잠원동 ‘아크로리버뷰부지앞’ 따릉이 대여소도 반포 한강공원 자전거대여소와 자전거로 4분거리에 불과했다.

한강 자전거 대여소 운영업체 내부 관계자는 “(따릉이 때문에)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재작년부터 서울시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계속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촌 대여소 이씨도 “주말에 300대씩 나가던 자전거가 오늘은 일요일 낮인데도 20여 대만 나갔다”고 말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서울시의 따릉이를 민간 대여소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2017년까지 따릉이 사업에 32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한 서울시는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에도 운영을 계속할 수 있지만, 민간 대여소는 그럴 수 없다. 이씨는 “수십 년간 이 가격(시간당 3,000원)이었는데도 못 올린다. 훨씬 싼 따릉이(시간당 1,000원) 때문”이라고 했다.

매출 감소가 직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여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은퇴한 50~60대 고령자다. 주로 1년 미만의 비정규직으로 고용된다. 지금도 손님 수에 따라 근로시간이 바뀐다. “손님이 없으면 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예전엔 대여소당 두세 명씩 사람을 썼는데 이젠 대부분 한 명만 쓴다”며 “일자리가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대여소 박씨도 “이 추세가 더 심해지지 않겠냐”며 “우리 같은 업체들은 설 곳이 좁아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21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따릉이를 타는 시민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21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따릉이를 타는 시민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kdh@fnnews.com 김대현 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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