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담판 앞둔 美-中, 무역전쟁 '마무리' 대신 대화 '준비'에 초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8 15:58

수정 2019.06.28 15:58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일본 오사카의 주요 20개국(G20)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일본 오사카의 주요 20개국(G20)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AP뉴시스


약 반년 만에 다시 만나 무역전쟁 담판을 치를 예정인 미국과 중국 정상들이 이번 양자회담에서 무역전쟁 '마무리'보다는 앞으로 대화를 위한 '준비'정도만 하고 헤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국내외 정치 사정을 고려해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는데다 어설픈 합의에 따른 역풍이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 발표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오전 11시 30분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서 따로 만나 무역전쟁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제재 해제에 화웨이까지...中 추가 요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번 담판에 앞서 미 정부에 무역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보복관세 철폐 △미국행 수출보다 미국산 수입을 늘리라는 요구 철회 △ 화웨이 제재 철회가 이뤄져야만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가지는 이미 중국측에서 주장해왔던 것이나 화웨이 제재 철회의 경우 성격이 다르다. 지난해 8월부터 간첩협의 등을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했던 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무역전쟁과 화웨이 문제를 분리하려고 노력했으며 여야조차 화웨이 제재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문제를 무역전쟁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시사할 때마다 당정의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중국이 이 와중에 화웨이 문제를 무역전쟁 협상에 직접 끌어들인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대한 요구사항을 늘린 것이다.

이러다보니 애초에 중국이 협상 타결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중국 관계자는 시 주석이 전제 조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에서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시 주석이 이번 대화에서 미국의 핵심 외교과제인 북한과 이란 문제를 언급하고 중국이 이러한 외교·안보 문제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부각, 이상적인 미·중관계 구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은 G20 개막 첫날인 28일 연설에서 무역전쟁에 대해 "세계 질서를 망치는 일방적인 보호주의 조치"라며 다자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엔 및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타협할 수 없는 美, 中 태도 관망
미국도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매우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27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미 무역 실무 협상을 책임지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는 24일 중국의 실무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균형 잡힌 합의' 요구를 일축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통화에서 중국이 그간 지속했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언급하며 갈등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미 정부의 핵심 협상 담당자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 보도 당일 폭스뉴스를 통해 "시 주석이 이번 협상에 관심이 없었다면 회담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WSJ의 화웨이 제재 관련 보도에 대해 "그 이야기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회담에는 전제조건이 없다"고 밝혔다. CNBC에 의하면 29일 회담에는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동석할 예정이다.


미 관계자들은 WSJ를 통해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마지막으로 가장 합의에 가까웠던, 지난 4월 협상에서 더 나아갈 의도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굳이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재선을 앞 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협상이 길어지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합의가 "내년까지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