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고유정 수사 "매번 한 발짝 늦었다"…경찰청 “진상조사팀 제주로”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1 21:48

수정 2019.07.01 21:57

초동수사 '부실' 여론 뭇매 …징계 요구 국민청원도
1일 민갑룡 청장 "수사 전반을 하나하나 짚어볼 것"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사진=뉴시스]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사진=뉴시스]


[제주=좌승훈 기자] 검찰이 1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해 살인과 사체 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한 가운데, 범행 초기 경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과정에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본청에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하나하나 수사 전반을 짚어보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주 안으로 사건을 수사한 제주동부경찰서에 진상조사팀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민 청장은 “바로잡아야 할 것과 현장에서 잘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반면교사로 삼고 큰 소홀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추가조사를 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초반 용의자 추적의 핵심 단서인 현장 주변 폐쇄회로(CC) TV를 피해자 남동생이 찾아줄 때까지 놓쳤으며, 펜션 주인의 사건 현장에 대한 내부 청소를 허락하면서 현장 훼손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범행 이틀 뒤인 5월 27일 밤 제주시의 모 마트 주차장에 피해자 소유의 모닝 차량이 사흘째 계속 세워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조차 살피지 않다가 다음날 유가족의 요청으로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고유정이 범행을 벌인 펜션 인근 클린하우스 2곳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5개를 연이어 버린 것도 유족들에 의해 밝혀졌다. 당초 고유정이 유기한 시신이 제주도에 없다고 발표했던 경찰은 이처럼 고유정이 도내에도 시신을 버린 정황이 드러나자, 한 달 만에 쓰레기 매립장 수색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시 주거지에서 고유정을 긴급 체포할 당시 여행용 가방에 있었던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 약봉지도 압수물품에서 빠트렸다.

고유정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자칫 계획범행의 중요한 단서가 될 증거물인 '졸피뎀'은 현 남편이 고유정의 여행용 가방에서 발견해 경찰에 건네줬다.


게다가 부실수사와 은폐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현장검증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 될 것이라는 경찰서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문을 경찰 내부 통신망에 게재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범행동기를 허위진술로 일관하고 있고, 굳이 현장검증 하지 않더라도 범죄 입증에 필요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장검증을 한다는 것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으로 비춰질 것이 염려된다는 박기남 서장의 결단으로 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이나 일반 대중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먼 경찰의 이 같은 해명은 되레 ‘피해자 말고 가해자를 더 걱정한다’, ‘해명이 아니라 변명’, ‘조리돌림이 야만적이라면 현장검증을 강력히 바란 국민들은 죄다 야만인’ 이라는 조롱과 함께 부실수사 논란을 더 키웠으며,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주동부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징계 및 파면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까지 게재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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