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자기부정'하며 韓경제보복 나선 日의 외교적 노림수는?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2 16:32

수정 2019.07.02 16:32

다시 韓때리기 나선 日..여론 의식했나?
'강제징용' 문제 이후 韓돌아선 日 여론
'개헌' 위해서 보수세력의 대결집 필요해
日 존재감 낮추는 '韓 중재자'도 눈엣가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이 초유의 고강도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안고 있는 내·외부적 정치적 문제, 즉 개헌·비핵화 국면 소외·역사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을 대상으로 경제보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적 갈등을 경제보복을 통해 일본에 유리하도록 해결하려는 것이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한일관계의 신뢰가 현저히 훼손됐다"는 이유로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 스마트폰과 TV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즉각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했고, 정치권도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전방위적인 조치이행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으로, '자유·공평·무차별' 3대 원칙을 공동성명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도 지나지 않아 자기부정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자기부정을 하며 배경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한 개헌이다. 이를 위해 이달 말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이 필요한데, 한국을 적으로 돌려 보수적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외부의 적'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일본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 회동 같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이끈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뜻도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북한을 팔아 보수 결집 분위기를 내기 어려워진 만큼 한국도 곱게 보일 수 없는 셈이다. 남북미 정상의 사상 초유의 판문점 회동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을 '톤다운' 시키려는 미필적 고의도 엿보인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낳게 한 강제징용 문제는 지난 세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갈등 문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번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 향후 역사와 관련된 위안부·한일협정 문제 등을 크게 털어버리려는 속내도 감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는 한일간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대립으로 한국을 '국제법을 무시하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부정적 인식이 여론 수준으로 확산됐고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일본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이번 보복성 조치의 배경은 많지만 단순하게 보면 양국간 신뢰에 금이 갔고 한일 양국 정부가 여론의 눈치만 살폈기 문제가 커졌다"며 "강제징용 문제는 그 신뢰가 무너지는데 가장 큰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한일간 외교적 갈등 노력 병행이라는 지적이다.


진 수석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 즉각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고, 우리 정부로서는 감정적인 WTO 제소 같은 '강대강' 대응을 자제하고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교채널을 통한 한일 양국의 대화 재개를 신속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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