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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학계에서도 나온 장기침체 경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4 18:01

수정 2019.07.04 18:01

공학자와 엔지니어들이 3일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이 회원 26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81%가 L자형 장기침체를 예상했다. 공학한림원은 산업기술혁신법에 근거를 둔 법정단체다. 대학·연구소·기업에서 일하는 석학급 1121명(해외 71명 포함)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경제학자가 아닌 산학연 엔지니어들로부터 나온 경고라 더 무겁게 느껴진다.


공학자들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은 '축적의 시간'이란 책에서 "지난 10년이 넘도록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산업군과 기업이 생겨나지 않아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축적의 시간'을 대표집필한 이정동 교수는 2년 전 따로 펴낸 '축적의 길'에서 "우리 산업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는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팩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두 책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이정동 교수를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딱히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갈수록 나빠진다. 정부는 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0.2%포인트 또 낮췄다. 잠재성장률도 뚝뚝 떨어지는 추세다. 지금은 2%대 후반으로 보지만, 문재인정부 임기 안에 1%대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공학한림원은 성장 해법으로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50%), 고용·노동시장 개혁(37%)을 제시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고용·노동시장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남은 것은 신산업 육성 정도다. 하지만 택시 갈등에서 보듯 이 또한 만만찮은 과제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혀 있다"고 탄식했다.


이정동 교수는 한국 경제를 '연료를 거의 다 쓴 1단 엔진'에 비유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 안의 2단 로켓이 자유롭게 상승할 수 있도록 놓아줄 때"라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부디 정부와 정치권이 공학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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