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최근 5년간 따돌림이나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런 후진적 직장문화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법 시행의 의미는 작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법이 시행될 경우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입법 취지와 달리 투서 남발, 허위신고 등 과도한 분쟁 제기로 인한 혼란 야기다. 고용노동부가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괴롭힘'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주관적인 것도 문제다.
중복규제라는 지적도 허투루 들어선 안된다. 기존 근로기준법에는 폭행의 금지(8조), 해고 등의 제한(23조), 형법의 모욕(311조) 및 명예훼손(307조),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직장 내 성희롱 금지(12조) 조항 등이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영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법을 밀어붙였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까지 법이 개입해 분란을 키우는 일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법 시행 초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적극 반영해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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