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KAIST, 수학으로 신약개발 걸림돌 해소한다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9 09:20

수정 2019.07.09 10:00

수학 모델로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와 함께 동물-사람 간 임상 차이 원인 밝혀
사람마다 하루중 최적 투약시간도 찾아줘
김재경 교수 연구팀 성과 개념도
김재경 교수 연구팀 성과 개념도

맞춤형 시간 치료법 (Chronotherapy) 개념도
맞춤형 시간 치료법 (Chronotherapy) 개념도

왼쪽부터 KAIST 김재경 교수, 김대욱 연구원
왼쪽부터 KAIST 김재경 교수, 김대욱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간 발생하는 차이 문제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해결함으로써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높였다. 또, 동물과 사람 간 차이 뿐 아니라 사람마다 발생하는 약효의 차이 발생 원인도 밝혀냈다.

김대욱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시스템 생물학 (Molecular Systems Biology)’ 7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우수성을 인정받아 7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 전 단계로 쥐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 실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물에서 보였던 효과가 사람에게선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약효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된다.

수면 장애는 맞춤형 치료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더딘 질병 중 하나이다. 쥐는 사람과 달리 수면시간이 반대인 야행성 동물이다 보니 수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실험 쥐에게는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는 무효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알려지지 않아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가상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해 연구했고, 주행성인 사람은 야행성인 쥐에 비해 빛 노출 때문에 약효가 더 많이 반감되는 것이 원인임을 밝혔다. 이는 빛 노출 조절을 통해 그동안 사람에게 보이지 않던 약효가 발현되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수면 장애 치료 약물의 약효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신약 개발의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증상이 비슷해도 환자마다 약효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리 모델링을 이용한 가상환자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약효가 달라지는 원인은 수면시간을 결정하는 핵심역할을 하는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2의 발현량이 달라서임을 규명했다.

또 PER2의 양이 낮에는 증가하고 밤에는 감소하기 때문에 하루 중 언제 투약하느냐에 따라 약효가 바뀜을 이용해 환자마다 적절한 투약시간을 찾아 최적의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시간요법(Chronotherapy)를 개발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제 의약학 분야에 이바지해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연구였다”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내에선 아직은 부족한 의약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생체시계 (Circadian clock): 생체시계는 뇌하수체 안에 있는 Suprachaismatic Nucleus에 존재하고 있다. 생체시계는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일정하게 만들어냄으로써 우리 몸에 현재 시간이 하루 중 언제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원하는 시간에 특정한 호르몬의 분비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다.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 (Circadian rhythms sleep disorders) :일주기 리듬 교란으로 인하여 부적절한 시간대에 수면을 취하거나 규칙적으로 수면시간을 갖지 못하는 장애.

*개인별 맞춤형 치료 (Personalized medicine): 개인별로 다른 유전자와 환경을 고려하는 치료법

*시간 치료법 (Chronotherapy): 일주기 리듬 (Circadian rhythms)을 고려, 하루 중 치료효과를 최적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간에 치료하는 방법.

*수학적 모델링 (Mathematical modeling): 미분방정식, 확률미분방정식, 편미분방정식 등 다양한 수식을 이용하여 시스템을 묘사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는 것.

*미분방정식 (Differential equation) :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도함수(미분)로 구성된 방정식이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을 묘사하고 예측되는 데 사용된다.
특히, 다양한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묘사하는 미분방정식은 약의 효과를 예측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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