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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강원…물음표였던 '김병수 축구'가 통하고 있다

뉴스1

입력 2019.07.10 14:50

수정 2019.07.10 14:50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가 신바람을 내고 있다. '병수볼'이 점점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가 신바람을 내고 있다. '병수볼'이 점점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어느덧 4위까지 뛰어올랐다. 강원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어느덧 4위까지 뛰어올랐다. 강원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년 1월, K리그2 서울 이랜드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김병수 감독을 선임한다고 했을 때 제법 이슈가 됐다. '비운의 천재'였던 현역 시절을 딛고 대학무대를 평정한 지도자가 드디어 프로 무대로 진입하던 순간이었다.

현역 시절 김병수는 경신고를 나와 고려대에 입학할 때만해도 축구인들 사이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던 재능이었다. 하지만 20대 초반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고 20대 중반부터는 사실상 시한부 축구인생을 지내다 만 28세 때 축구화를 벗었다. 대중들 기억 속에 김병수에 대한 필름이 많지 않은 까닭이다.



이후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포철공고, 고려대, 포항제철 등에서 코치로 커리어를 쌓던 지도자 김병수는 2008년 영남대학교 지휘봉을 잡았고 2016년까지 9년간 팀을 이끌며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영남대는 자타공인 대학 최강이었고 그의 조련을 거친 신진호,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등이 프로무대로 뻗어나갔다.

그랬던 김병수 감독이 프로에 입문하는 것이니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7시즌이 끝났을 때 서울 이랜드의 성적은 7승14무15패(승점 35점)로 전체 8위에 그쳤고, 김 감독은 단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무리 대학무대를 평정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프로는 다르다"는 말로 폄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러나는가 싶었던 김 감독은 2018년 1월 강원FC 전력강화부장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그해 8월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송경섭 감독을 대신해 강원FC 지휘봉을 잡았다. 다시 찾아온 프로무대 도전이었다. 중간에 팀을 맡은 김 감독은 2018시즌을 전체 8위로 마무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강렬한 인상은 아니었다.

동계훈련부터 온전히 시작된 2019시즌. 10라운드까지 강원은 4승1무5패로 대략 '반타작' 성적을 냈다. 그러나 20라운드까지 마친 10일 현재 강원의 성적은 9승4무7패다. 이후 10경기 성적만 보면 5승3무2패다. 이런 변화와 함께 강원은 4위까지 치솟았다. 시즌 초반 주목해야할 다크호스가 대구FC였다면, 지금 그 시선은 강원FC가 받고 있다.

강원은 9일 오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하나원큐 2019 K리그1' 19라운드 홈경기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정승용이 도움 해트트릭을 작성한 가운데 김지현을 시작으로 정조국-조재완-이현식이 릴레이포를 터뜨리면서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최근 6경기 무패(3승3무) 행진을 달린 강원은 9승4무7패 승점 31점이 되면서 1경기 덜 치른 대구(7승9무3패 승점 30)를 끌어내리고 4위까지 뛰어올랐다.

기폭제가 있었다. 강원은 지난 6월23일 홈에서 열린 포항전에서 0-4로 끌려가다 5-4 거짓말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탄력을 받았다. 이어진 인천 원정에서도 먼저 실점한 뒤 정조국의 멀티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6일 FC서울 원정서도 대등한 경기 끝에 2-2 무승부를 일궜고 상주와의 홈 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공수 밸런스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이 인상적이다. 김병수식 축구, 소위 '병수볼'로 불리는 스타일이 선수들 사이에 녹아내리고 있다는 평이다. 사실 '병수볼'을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정해진 포메이션도 없다. 추상적이지만 '유기적이고 또 적극적인 대형 변화 속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빌드업 과정을 중시해야하고 중앙에서 짧은 패스로 확률 높은 전개를 펼쳐야한다. 당연히 상대보다 많이 뛰어야하고 혹 공을 빼앗겼을 시 다시 소유권을 잡기 위해 높은 위치에서 압박해야한다. 지난해 24골로 득점랭킹 2위에 올랐던 제리치의 출전 기회가 적었던 것은, 전체적인 팀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았던 영향이 크다.

이 이상적인 축구를 강원의 선수들이 조금씩 행하고 있다. 강원의 베테랑 스트라이커이자 근래 골 감각을 되찾고 있는 정조국은 "감독님은, 확실히 감독님만의 철학이 있다. 감독님의 추구하시는 축구를 선수들이 조금씩 이해하는 것 같다. 그것이 최근 상승세의 이유"라고 소개했다.

이어 "감독님은 축구 이야기로만 하루종일을 보내실 수 있는 분이다. 그 축구 열정을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발 신바람의 비결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이랜드 시절, 'K리그2도 대학 무대와는 달라'라고 평가절하했던 이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물음표 투성이었던 김병수 축구가 조금씩 통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단순한 바람에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