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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자사고 폐지 → 孟母 강남 이동 → 강남 집값 오른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0 17:37

수정 2019.07.10 17:37

서울 지정취소 8곳 중 6곳 강북
2002년 고교 평준화 도입 당시 강남 집값 상승 재현 우려 커져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수억원 빚내 강남 이사할 판"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8곳에 대한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강남8학군 인근 아파트의 전월세 상승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여성 2명이 자사고 지정취소 대상으로 지정된 이대부속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8곳에 대한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강남8학군 인근 아파트의 전월세 상승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여성 2명이 자사고 지정취소 대상으로 지정된 이대부속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2002년 비평준화 폐지 효과 재현?'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서울 강남구, 서초구 반포동, 양천구 목동 등 전통학군에 맹모(孟母)들이 몰리면서 이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1년 분당 등 수도권지역 고교 비평준화 폐지로 강남 8학군에 수요가 쏠리면서 강남 집값과 전·월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던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 목동 전통학군 집값 들썩

서울시교육청은 10일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자사고 8곳을 지정 취소했다. 자사고 13곳의 지난 5년간 운영성과를 평가한 후 내린 결정이다. 지정취소 결정된 8곳 중 세화고(서초구)와 배재고(강동구) 등 2곳을 제외하면 모두 강북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성동구와 동대문구, 강북구 자사고는 전멸하게 됐다.

이로 인해 강남과 목동 등 전통학군의 주택시장을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사고는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명문대 진학 성적이 좋은 강남이나 목동 등 전통학군의 일반고 쏠림현상이 생기며 명문학군으로 이주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내 22개 자사고 학부모로 구성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자사고를 폐지하면 수억원씩 빚을 내 강남구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자사고 폐지로 2002년 고교평준화 도입 당시 강남 집값 상승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평준화 도입 때와 비슷

실제 1990년대 초반 조성된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고교 비평준화 시절 분당 서현고와 일산 백석고 등 입시명문으로 인근 시세보다 집값이 높게 형성됐다. 그러나 2002년 고교평준화 도입으로 인해 강남 쏠림현상이 벌어졌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고교평준화 도입 직전인 2001년 1~11월 서울 전입생 중 강남 전입생이 677명으로 2000년의 489명에 비해 38.4% 급증했다. 이는 강남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2001~2003년 서울 강남권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4% 상승한 반면 고양 등 1기 신도시 지역은 17.0%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더뎠다.

이때처럼 이번 자사고 폐지가 최근 들썩이는 강남과 목동 등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4구 아파트값이 0.03% 올랐다. 강남(0.05%)·송파(0.04%)·서초구(0.03%) 등 강남 3구가 전주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령화와 만혼 등으로 학령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의 절대치가 하락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당하다"며 "자사고 폐지로 평준화되면 수요가 사교육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강남 등 전통학군 집값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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