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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카타르 사막 한가운데 '장미꽃을 피우다'

뉴스1

입력 2019.07.15 06:05

수정 2019.07.18 10:29

현대건설이 지은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모습.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했다.© 뉴스1
현대건설이 지은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모습.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했다.© 뉴스1


드론으로 공중에서 촬영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모습.© 뉴스1
드론으로 공중에서 촬영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모습.© 뉴스1


실제 사막의 장미의 모습. 해양 사막 국가에서 침전작용으로 형성되는 모래 덩어리이다.© 뉴스1
실제 사막의 장미의 모습. 해양 사막 국가에서 침전작용으로 형성되는 모래 덩어리이다.© 뉴스1


사막의 장미 꽃잎을 형상화하기 위해 수천만 장의 콘크리트 패널을 끼워 맞추는 모습. 현대건설은 패널에 바코드를 붙이는 방식으로 꼼꼼히 관리하며 접합 작업을 진행했다. © 뉴스1
사막의 장미 꽃잎을 형상화하기 위해 수천만 장의 콘크리트 패널을 끼워 맞추는 모습. 현대건설은 패널에 바코드를 붙이는 방식으로 꼼꼼히 관리하며 접합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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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해외 건설 시장에서 '건설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해외 현장 곳곳에서 땀을 흘리며 '넘버원'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설사들의 모습을 뉴스1이 담아봤다.

(도하(카타르)=뉴스1) 국종환 기자 = "와우, 언빌리버블(unbelievable)."

세계 각지에서 '카타르 국립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은 입장 전부터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외관의 우아한 자태에 압도 당해 탄성을 내질렀다. 7만6000장의 콘크리트 패널이 한치의 오차 없이 만들어낸 비정형(非定型)의 이 건축물은 완공되자마자 카타르의 필수 방문 코스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 중심부에 자리잡은 '카타르 국립박물관'.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4만6596㎡에 달하는 이 박물관은 네모반듯한 기존 건축물과 달리, 건물 전체가 곡선의 기하학적인 형상을 이뤄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사실 건축의 대가인 장 누벨도 박물관이 자신의 설계대로 지어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기존 설계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난(難)공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이를 현실화하자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무한 신뢰를 표했다.

◇7만6000장의 거대 퍼즐 맞추기…바코드로 패널 위치 추적

현대건설은 글로벌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 2011년 9월 카타르 박물관청이 발주한 4억3400만 달러(약 4700억원) 규모의 '카타르 국립박물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후 8년여의 공사기간을 걸쳐 올해 완공하고, 지난 3월 개관식을 통해 세상에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자 박물관청 수장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가 박물관 공사를 직접 챙겼다. 그는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오일 머니로 급성장한 카타르는 국력을 과시하면서 역사를 새로 써내려갈 상징적인 건축물이 필요했다.

장 누벨이 카타르 국립박물관 설계에 시도한 모티브는 '사막의 장미'다. 카타르와 같은 해양 사막 지형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오랜 시간 침전작용으로 형성된 장미 모양의 모래 덩어리를 말한다. 장 누벨은 사막의 장미를 박물관에 형상화함으로써 카타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직선이 하나도 없는 건물이다보니 손꼽히는 난공사였다.

현대건설은 이 과감한 시도를 현실화하기 위해 철골로 장미 모양의 구조체를 세운 뒤 공장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가져다 붙였다. 장미의 꽃잎을 형상화하는 원반(꽃잎)만 해도 총 316개에 달했고, 316개의 원반을 만들기 위해 무려 7만6000장의 콘크리트 패널 조각을 제작해 현장에서 끼워 맞췄다.

이상복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엄청난 퍼즐 맞추기였다"며 "수만개의 패널 조각이 섞이지 않도록 패널마다 바코드를 부착하고, 바코드를 찍어 접합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꼼꼼히 공사를 수행했다"고 공사 노하우를 설명했다.

◇최신 '3차원 BIM 공사관리기법' 도입…무재해 2000만 시간 달성

현대건설은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건축의 전 과정에 최신 '3차원 BIM'(빌딩정보모델링) 공사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이 기법은 평면이 아닌 3차원 입체 공간에 건물의 설계 및 관련 정보를 모두 담아 관리하는 것이다. 컴퓨터 상에서 건물을 미리 지어보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어, 실제 시공 과정에서 실수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소장은 "가상의 공사 환경에서 도면상의 오류나 설계상 간섭, 누락 요소 등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며 "실제 시공 과정에서의 분쟁·재시공 등을 방지함으로써 원가 상승이나 공사기간 지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공사를 통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의 탁월한 현장 관리 능력도 입증해보였다.

카타르 박물관 현장은 낮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데다, 바다가 바로 옆에 위치해 습도까지 높아 작업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 다국적 근로자 4000여명이 함께 일하는 대규모 현장이다 보니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이 소장은 "폭염의 현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다국적 근로자들과 성과를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면서 "안전·보건 관련 표시 등을 다국적 언어로 번역해 게시하고, 안전직원 또한 다국적 인원으로 배치하는 등 소통에 노력을 기울여 어려움 속에서도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며 8년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짧은 웃음을 지었다.


그 결과 카타르 박물관 현장은 무재해 2000만 시간을 달성했고, 발주처는 이를 기념해 무재해 인증서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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