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상설, 이준, 이위종 이 세 명의 헤이그 특사들은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던 네덜란드 헤이그에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밀명을 받고 파견됐다. 이들은 1905년 일본이 강제로 맺은 을사늑약의 부당함과 일제침략상 등을 알리려 노력했다.
그 중 이위종(1887~?)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창한 프랑스어로 '한국의 호소(A Plea for Korea)'를 연설해 주목을 받았다. 이위종은 어릴 때부터 미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프랑스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를 다닌 국제적인 인재였다.
그의 조부는 형조판서 등을 지낸 이경하, 부친은 초대 주러시아 공사로 아관파천을 단행한 이범진이었다.
그러나 헤이그 특사 활동 이후 일제의 압박으로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이위종은 연해주와 시베리아를 떠돌며 독립운동가 및 러시아혁명군으로 활동했다. 이후 행방불명되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책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김영사) 출간간담회에서 저자인 역사연구가 이승우씨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이위종이 왜 모든 것을 버리고 시베리아를 떠돌았는지, 왜 행방불명됐는지 궁금했다"며 "또한 그가 지금의 우리 청년들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무하다시피 한 이위종의 연구와 조사로 쉽지 않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념 하에 국내뿐만 아니라 러시아, 일본 등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각종 문헌을 섭렵하고, 검증했다. 그렇게 이위종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책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청소년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20%정도는 픽션으로 구성됐다. 또한 이위종의 이위종 후손들과의 인터뷰와 '한국의 호소' 영어 전문을 수록했다.
이승우씨는 이렇게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이위종의 중요한 3가지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선 그는 이위종을 한국인 최초의 코스모폴리탄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씨는 "100여년 전엔 일본만 가도 긴장했는데 그는 미국, 전 유럽에서 외교활동을 했고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에 능통했다"며 "이위종은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독립전쟁을 주장한 무장투쟁론자이면서 러시아혁명군인 붉은군대의 사령관으로 일본과 격전을 벌인 뛰어난 무장"이라며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공부한 자유주의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에서 이상을 따라 활동하는 과정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을 만나 종교도 개종한 당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위종의 외손녀인 류드밀라 예피모바(83)와 외증손녀인 율리아 피스쿨로바(52)도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학자로 최근 이위종과 이범진에 대해 연구 중이라는 율리아는 "과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전통과 문화를 바꾸려 했고, 헤이그 특사들을 사형시키려 했지만 이위종은 연해주에 살면서 이범진과 함께 의병을 돕는 등 독립운동을 했다"며 "그의 인생은 영웅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을 위해서 힘쓴 이위종 열사에 대해 기억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며 "왜냐하면 모든 민족은 자신의 역사를 기억해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율리아는 "이위종과 관련된 뮤지컬이 한국에 있다고 들었는데, 이처럼 자신들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기억한다면 한국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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