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韓·日 갈등 ‘어부지리’ 챙기는 中… 반도체 굴기에 반사이익 노려 [특파원 리포트]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6 17:42

수정 2019.07.16 17:42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
10%인 자급률 2025년 75%로..아베 행보에 빗대 트럼프 비판
꽃놀이패 쥔 외교
韓·美·日 삼각동맹 균열 조짐..韓·日 사이 두고 계산기 두드려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한·일 무역분쟁을 바라보는 중국은 겉으론 담담한 모습이지만 속으론 계산이 바쁘다. 사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일 경제분쟁에 대해 연일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이익에 직접 피해를 주는 사안에 독설 품은 힐난조 발언을 쏟아내던 때와 분위기는 다르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론적 자세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일 간 격돌을 그저 즐기면서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반사이익

일단 일본의 한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경제보복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 행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중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부품 장비 공급을 막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압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현재 10% 선에 불과하다. 중국은 앞으로 2020년까지는 40%, 2025년까지는 75%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달성을 위한 일정표가 어그러졌다. 문제는 반도체 강국인 일본과 한국의 갈등으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는 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일 간 분쟁이 중국 반도체 국산화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중국이 할 말이 생겼다. 중국이 기술패권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미국의 기술전쟁 논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일본의 경제보복 행위를 빗대 간접적으로 항변할 수 있어서다. 중국 관찰자망이 한국 수출통제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대중국 관세전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며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ZTE와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을 공격하면서 반격논리를 찾던 중국이 한·일 간 분쟁을 계기로 반격의 사례를 확보한 셈이다.

■한·일 갈등에 유리해진 중국 외교

아베 총리가 총선 승리를 위해 꺼내 든 한국 경제보복은 중국의 경제적 반사이익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북아 지정학적 파워게임에서 중국의 외교적 입지 강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방어하는 최대 보루다. 그러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한·일 간 균열이 생기면서 한·미·일 공조체제도 삐걱댈 조짐이다. 아베 총리가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꺼내든 어설픈 한국 압박이 중국으로선 반갑기 그지없는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중국을 거세게 몰아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돌출 보복에 일종의 중재 혹은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일 공조 균열로 중국이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굴곡진 역사적 문제로 중국과 한국 내 반일감정은 여전히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처한 중국으로선 기술이 앞서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 국가에 손을 내밀고 싶어한다.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야말로 중국이 양 국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진 셈이다. 중국 입장에선 흑묘백묘론 관점에서 일본이든 한국이든 입맛에 맞는 국가의 협력을 얻길 원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 변화와 형세를 관조하면서 자국의 이익에 맞게 국가별로 협력관계를 조정하는 위치를 즐기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