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日 중재위 요구에 韓 거절..'최악' 한일관계 장기화 신호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8 16:12

수정 2019.07.18 16:12

日 "중재위 구성하자" vs 韓 사실상 거절
'중재위' 문제, 관계 악화 장기화 신호탄
한일 양국 여론 악화..갈등도 더 커지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제3국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풀자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 대해 18일 정부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날은 일본이 중재위 제안을 하고 우리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한 답변 만료일이다. /사진=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제3국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풀자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 대해 18일 정부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날은 일본이 중재위 제안을 하고 우리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한 답변 만료일이다. /사진=뉴스1
일본 정부가 한국에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풀자며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청했지만 18일 우리 정부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최근 한일관계를 더욱 경색시키고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할 첫 번째 뇌관이 터진 셈이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중재위 요청 답변기간 만료일인 이날을 포함, 한일관계 관련 이벤트가 있는 21일·23일·24일이 몰린 7월 중하순은 한일관계의 큰 변곡점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상황 개선보다는 악화에 더 큰 방점이 찍히고 있다.

21일에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장악력에 영향을 끼칠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고 23일에는 국제무역기구(WTO)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한일 간 외교전이 펼쳐진다. 24일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견 수렴이 마감되는 날이다.

운명의 '7월 중하순 국면'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악화된 한일관계가 수습될지, 더 파국으로 치달을지 갈리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국면의 신호탄을 울릴 이번 중재위 이벤트는 한일 간 대결 양상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재위 설치 제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침묵이 현실화돼 일본이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논리로 추가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가할 경우, 양국 정부의 대립은 물론 국민들 사이의 감정싸움 격화 역시 불가피하다.

정부는 일본의 중재위 제안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미 이틀 전인 16일 "일본의 수출규제 상황이 변한 것이 없고, 기존 정부의 입장에서 변화는 없다"면서 답변 만료 시점인 18일에도 "특별한 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역시 "오늘(중재위 답변 만료일)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 일본이 일방적으로 또 자의적으로 설정한 일자이므로 구속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면서 일본의 제안이 응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본은 한국의 무응답이 이날 자정을 넘긴다면 19일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다시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중하순 국면의 첫 이벤트인 중재위 설치 문제가 대결적 상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뒤이어 나올 한일관계 현안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점 더 증폭되기 때문이다.

또 이 때문에 일본의 추가적 경제 보복 조치가 잇따를 경우 이번 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악재 외에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새로운 재료가 생겨나게 된다. 한일 간 대결 재료는 많아질수록 현 사태의 장기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이 제안에 일방적으로 시한을 걸어 놓고, '일본은 노력하려 하는데 한국은 묵묵부답'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국에 대한 한일 양국의 여론을 악화시켜 향후 한일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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