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참외밭서 신발 고치는’ 금융당국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8 18:21

수정 2019.07.18 18:21

[윤중로] ‘참외밭서 신발 고치는’ 금융당국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 했던가.

우리 속담에 '참외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자칫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이 속담이 꼭 들어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금융위원회가 이번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재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제3인터넷은행은 정부가 정치권의 논란에도 '금산분리' 대원칙에 예외규정을 둔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지난 5월 좌초됐다. 이유는 당시 신규 인가를 신청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각각 혁신성과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그 한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기업들에 점수를 매긴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가 있다.

외평위는 금융감독원장 자문기구이지만 당시 금감원은 발표 하루 전날, 금융위원회는 발표 당일에야 평가 결과를 알게 돼 모두 당혹해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가 외평위 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직권으로 예비인가를 내줄 수도 있었지만 공정성 시비 때문에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결국 외평위와 금융당국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된 것이다.

이 때문인지 금융위는 신규 인가 재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은 기존 심사방식을 바꾸지 않았지만 외평위에 대해선 운영방식을 대폭 수정했다. 금융위가 외평위 심사 결과를 심도 있게 검토·논의할 수 있도록 필요시 외평위원장이 금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통해 심사 취지를 전달하도록 했다. 또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외평위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예비인가 신청 이후 외평위원 교체 여부도 결정키로 했다.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외평위원을 선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으며, 정부와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외평위원들을 설득하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외평위원장을 불러 따져 묻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금융위는 "평가 과정에 참여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평위원들에게 정책방향을 충분히 설명해 내실 있는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위는 6월에도 시중은행·지방은행 14곳에 대해 일자리 기여도를 측정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금융권의 역할 강화를 위해 정책지원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은행권에 '자체 일자리 기여도'와 '간접적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항목으로 제시하고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해 사실상 일자리 창출을 압박했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과 영업점 축소라는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정규직 채용은 늘리지 않고 그 대신 인턴 및 수시 채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건비는 최소화하면서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금융당국의 오해를 살 만한 시그널은 잘못된 결과를 잉태하게 된다.
그 피해는 금융권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 이상 금융당국이 참외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는 것과 같은 대책은 내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