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0여쌍 번식 확인...멸종위기Ⅰ급 매 등 다양한 조류도 번식
【신안=황태종 기자】전남 신안군(군수 박우량)은 신안 장도 람사르습지 일대에서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된 조류 '섬개개비(Locustella pleskei, Styan’s Grasshopper Warbler)'가 최소 100여쌍 이상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매, 긴꼬리딱새, 흑비둘기,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130종 이상의 조류가 번식지이자 서식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군에 따르면 '섬개개비'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Red-list)에 취약종(VU)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종이며, 지구상에 2500~1만 개체만이 잔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희귀한 조류다.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으며, 주로 한국, 일본 남부 등의 섬과 해안에 국지적으로 드물게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6~8월에 번식하며 동백나무나 돈나무 등 관목의 줄기에 벼과 또는 사초과 식물의 잎을 이용해 둥지를 짓는다.
군이 '섬개개비' 번식기인 7월에 번식규모 파악을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람사르습지인 장도습지 일대를 포함해 습지 인근의 산림, 인가 주변의 관목림 등 대장도 곳곳에서 100여쌍의 번식이 확인됐다. 특히 해안가와 인접한 지역에서 번식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소장도 등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을 감안하면 번식 쌍은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진행된 신안군의 생물상 자료 분석결과에 따르면 태도, 가거도, 만재도 등 관내 섬에서도 '섬개개비'가 번식기에 지속적으로 관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장도 뿐만 아니라 흑산면 일대의 많은 유·무인도에서 '섬개개비'가 번식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다면 관내에 섬개개비의 번식 쌍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 장도에서는 '섬개개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Ⅰ급 매와 Ⅱ급 긴꼬리딱새, 천연기념물 두견이 등 다양한 보호종이 번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와 과거 문헌조사를 종합하면 장도 일대에서는 팔색조, 검은머리촉새, 붉은배새매, 새호리기 등 130종(우리나라 전체 조류 527종의 25%)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섬의 크기(1.57㎢)를 감안하면 조류의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군 관계자는 "흑산면 일대 섬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조류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섬개개비'와 같은 국제호종의 번식 현황을 파악해 서식지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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