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하재숙이 연기한 민재희는 KBS 2TV 월화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연출 김상휘)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퍼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인 덕. 민재희는 극 초반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졌으나, 서이도(신성록 분)를 만나 여러 일을 겪으며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게 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극 말미엔 자신감을 되찾고 서이도와 사랑을 이루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퍼퓸'은 방송 초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오해를 샀다. 기적의 향수를 만난 민재희가 20년 전 늘씬한 모습으로 돌아가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탓. 하재숙은 "나도 처음엔 1회 대본만 보고 출연 여부를 고민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인 만큼 하재숙은 민재희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이었다. 극 중 인물이 꿈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 24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재숙은 "재희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민재희와 헤어지기 싫은 나머지 촬영 마지막 날에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하재숙. '퍼퓸'으로 배우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은 그를 24일 뉴스1이 만났다.
<[N인터뷰]①에 이어>
-'퍼퓸'의 결말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민예린이 아닌 민재희가 서이도와 이뤄진 것이 의미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우리도 누구와 이어질지 궁금했다. 감독님이 결론에 대해 끝까지 이야기를 안 해주시더라. 나는 마지막에 재희가 이도 패션쇼에 서나 싶어 김칫국을 마셨다.(웃음) 엔딩에서 이도와 이뤄지는 결말이 너무 좋았다. 많은 주부님들도 재희가 이도와 이뤄져야 한다고 응원해주시고.
-'퍼퓸' 첫 회만 보면 외모지상주의를 다루는 드라마라는 오해하기 쉽다. 그런 부분이 걱정되진 않았나.
▶나도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는 1회 대본만 봐서 할까 말까 고민했다. 결국 외모지상주의로 가면 출연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일단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고, 감독님도 나를 만나고 싶어해 미팅을 했다. 당시 감독님 첫마디가 '기분 안 나쁘시던가요?'였는데, 내가 '뒤에는 그렇게 안 풀어내실 거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때 감독님이 맞다고 하시면서 드라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또 이도와 로맨스가 있어서 덥석 한다고 했다. 그런데 출연을 결정하고 나니 특수분장과 다이어트 이야기를 해주셔서….(웃음)
-'퍼퓸'이 '미녀는 괴로워'와 서사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민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드라마 후반부에는 재희가 본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시청자들이 충분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믿고 했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 중 하나가 스스로 당당하게 서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퍼퓸'에서도 다룬 이야기인데, 본인 역시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속상할 때가 있지 않았나.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을 할 때 외모에 대한 악플을 많이 봤다. 그게 상처가 됐다. 악플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 배우로서 자기 관리를 못했다고 하면 인정하지만, 그 외에 다른 노력들까지 덮이는 건 속상했다. 나도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있는데, 다이어트가 자기 관리의 전부라고 이야기하면 서운하지 않겠나. 그래서 '퍼퓸' 속 재희를 통해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퍼퓸'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인생작'이라고 해주시는데, 이전에도 열심히 해서 그 작품들에 미안해 그렇게는 못 말하겠다.(웃음) 하지만 재희와 '퍼퓸'을 아낀 것은 사실이다. 오랫동안 향기롭게 기억될 드라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결혼이다. 4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아직도 남편과 둘이 노는 게 너무 재밌다. 둘이 만날 산책 가고, 계곡도 가고 한다. 결혼 전에는 연기하면서 힘들거나 지치는 게 내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지금은 배우 하재숙과 인간 하재숙이 분리된다. 결혼을 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배우로서 큰 힘이 된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남편과 떨어져 지내 힘들었겠다.
▶촬영을 할 땐 남편이 서울로 자주 왔다. 그리고 나도 웬만하면 촬영을 마친 뒤에는 집으로 갔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다녀오는 게 좋더라. 우리 부부가 금슬이 좋다. 남편과 결혼한 뒤 하나님이 나한테 진짜 큰 선물을 주셨구나 싶었다. 남편이 '살아있는 서이도'다. 내게 좋은 에너지를 준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는지.
▶진한 로맨스도 좋지만, 장르물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귀여워'라고 하면 기분이 좋은데 배우로서는 행복하지 않다. 나도 그늘이 있고 어두운 면도 있는데, 밝은 이미지로만 볼 때는 속상하기도 했다. 나도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서 연기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특히 악역, 사이코패스는 꼭 한 번 하고 싶다.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해서 음악 드라마도 해보면 좋을 듯하다.
-'밥블레스유'에서 은근한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예능 출연 생각은 없나.
▶'언니들의 슬램덩크'처럼 멤버들이 함께 미션에 도전해 울고 웃는 예능을 해보고 싶다. 사람이 남는 그런 프로그램이 좋더라.
-올해 목표가 있다면.
▶'그날그날 재밌게 살자'가 목표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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