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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분식회계로 손실” 김우중 상대 10년만에 '재소송'...이자만 200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5 10:30

수정 2019.07.25 14:40

김우중 전 대우 회장, 1997년도 재무제표 조작해 회사채 발행
분식회계 몰랐던 보증기관, 수천억 지급보증 써주고 손실 떠안아  
2008년 배상판결 대법서 확정됐으나 김 전 회장 등은 일부만 변제
소멸시효 연장 위해 10년 만에 이뤄진 재소송 
원금 80억..그 동안 쌓인 지연이자만 200억원 육박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분식회계를 통해 발행한 수천억원대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게 해 보증기관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계열사 대표 등은 26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10여년 만에 또 나왔다. 김 전 회장 등이 과거 확정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보증기관에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 동안 쌓인 지연이자는 무려 200억원에 이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조미옥 부장판사)는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SGI서울보증)이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서형석 전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김영구·이동원 전 부사장 등 계열사 대표·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은 원고에 260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천문학적 분식회계.."최대 41조"
대우그룹은 김 전 회장의 세계화 전략에 따른 무리한 사업확장, 수출부진, 국내외 외환위기에 맞물려 1997년 자본잠식에 빠져 부채비율도 산출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악화돼 대출 등 자금줄까지 막힐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재무제표상 부채비율 낮춰 그룹과 계열사가 건재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회계담당 임원들과 계열사 대표 등에 부채는 줄이고, 자본은 늘리도록 분식회계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우의 경우 1997년 회계연도 기준 실제 34조4152억원의 부채를 11조4708억원으로 줄이고, -10조736억원의 자본은 2조7515억원으로 허위로 늘려 부채비율을 줄였다. 대우자동차·중공업·통신 등 주요 계열사들도 같은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등 대우그룹 전체의 분식회계 규모는 세계최대인 41조원에 육박했다.

대우그룹 계열사들은 거짓 재무제표를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SGI보증보험은 이 중 35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줬다.

그러나 속임수로 겨우 버텼던 대우그룹은 끝내 모래성처럼 무너졌고, 회사채를 갚을 능력이 없었던 대우그룹을 대신해 SGI보증보험이 2000~2002년까지 금융기관에 약 4400억원의 보증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SGI보증보험은 “분식회계로 발행한 회사채를 지급보증함으로써 4300억여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전 과정을 지시한 김 전 회장과 이를 실행한 임원들을 상대로 8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2003년 2월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SGI보증보험이 충분한 조사 없이 회사채를 지급보증한 과실이 있다면서도 김 전 회장의 손해배상책임을 청구액을 훨씬 웃도는 300억원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청구액 84억원에 대해 김 전 회장과 임원들이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외 도피한 김 전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 원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 2008년 9월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은 “분식사실이 알려질 경우 대우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은 커녕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SGI보증보험은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알았다면 회사채에 대해 지급보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확정판결에도 10년째 배상금 미지급
확정판결이 나온 후 10년 동안 SGI보증보험은 김 전 회장 등으로부터 배상액을 받을 수 없었다. 지난 2005년 도피 끝에 귀국한 김 전 회장은 이듬해 징역 8년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외 에도 거액의 세금이 체납된 상황이다.

이미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게 재산을 빼돌려 놓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배상액을 갚을 여력이 없었다.

SGI보증보험은 확정판결이 나온 지 10년에서 석 달 모자란 지난해 6월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을 넘기면 그 권리가 사라진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서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에도 불구하고, 재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김 전 회장 등은 84억원의 배상액 중 극히 일부 금액만 변제했고, 남은 금액은 그 동안 연 20%의 지연이자가 쌓여 원리금이 총 260억여원으로 늘었다.
이번 소송에서 김 전 회장 등은 SGI보증보험의 주장에 다투지 않음으로써 변론 없이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SGI보증보험이 김 전 회장 등으로부터 보증보험금을 돌려받기란 앞으로도 요원해 보인다.

SGI보증보험 관계자는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재소송을 하게 됐다”며 “배상판결이 나왔으나 김 전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고, 고액체납자로 분류된 데다 국내에는 재산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지금으로선 배상금을 받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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