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다시 마리아노 리베라를 돌아본다[성일만 야구전문기자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7 14:26

수정 2019.07.27 14:26



마리아노 리베라 /사진=fnDB
마리아노 리베라 /사진=fnDB


마리아노 리베라(50·전 뉴욕 양키스. 사진)는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인물이다. 지난 22일(한국시간) 뉴욕 주 쿠퍼스타운 현지에서 헌액식이 진행됐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앞 다투어 그에 관한 기사를 올렸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 가는 기사 하나. ‘만약 리베라를 둘로 나눌 수 있다면 둘 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까?’ ESPN의 샘 밀러 기자가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 답했다.

‘물론.’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리베라를 따로 떼 내 살펴보자. 마치 영화의 1인 2역 같은. 밀러 기자는 각각의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 커트라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그런 자격을 갖춘 선수였다.

리베라는 19년 동안 뉴욕 양키스 한 팀에서만 뛰었다. 통산 1115경기에 출전해 652세이브를 올렸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이 부문 2위인 트레버 호프만보다 51세이브나 많다. 마무리 투수는 빠른 공만 냅다 던지다 보니 빨리 소모된다. 현역 투수 가운데는 500세이브 이상 올린 투수가 없다.

그는 역대 최고의 ‘조정 평균자책점(adjusted ERA+)’을 기록했다. 이 부문 역대 2위는 현역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158. 3위는 전설적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로 154. 리베라의 ERA+는 205이다.

리베라는 파나마 어부의 아들이다. 마이너리그서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양키스는 1993년 그를 트레이드 명단에 올려놓았다. 2년 후 선발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나 5승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5.51.

이듬 해 그는 커터를 익혀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1997년 리베라는 43세이브를 따내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18년간 양키스의 뒷문을 지키며 단 한 차례만 3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3년 43살의 나이로 은퇴한 시즌에도 44세이브, 평균자책점 2.11을 남겼다. 그를 ‘명예의 전당’에 뽑지 않을 도리가 없다.

포스트시즌의 리베라는 더 놀랍다. 96경기에 나서 42세이브를 남겼고, 평균자책점은 0.70이었다. 포스트시즌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2위는 8경기에 나와 57이닝을 소화한 샌디 쿠팩스의 0.95.

리베라의 등판은 곧 양키스의 승리를 의미했다. 그는 양키스에 5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주었다. 그의 포스트시즌 ‘승리 확률 합산(Win Probability Added)’은 11.7. 이 부문 2위가 4.1이니 그가 얼마나 포스트시즌 승리에 기여했나를 알 수 있다. 포스트시즌 리베라의 ‘명예의 전당’ 역시 동그라미(○)다.

리베라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선수 시절 아내와 함께 뉴욕에 집을 구하러 갔다가 주인에게 문전박대 당한 적 있었다. 그의 검은 피부와 허름한 옷차림 때문이었다. 나중에 그가 양키스의 유명 선수임을 알게 된 주인은 사과를 했다.

리베라는 그의 자서전에 “주님은 겉모습만 보고 우리를 판단하지 말라 하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리베라는 헌액식에서 “이 영광은 나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에다 인품까지 ‘명예의 전당’ 감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