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선적립금(장기수선충당금) 부족을 호소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공사비가 상승한데다 초기 수선적립금을 낮게 설정해 점차 늘려가는 '단계증액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단지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이 5년마다 실시하는 '아파트종합조사'에서 최근 아파트 수선적립금 과부족 여부를 처음 조사한 결과, 현재 적립금이 부족하다고 답한 아파트가 35%에 달했다.
일본의 수선적립금은 우리나라에서 장기수선충당금과 유사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페인트 칠 공사, 방수공사, 승강기 공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입주자에게 일정 금액을 징수해 적립해 놓는 것이다.
일본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수선 공사비 상승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2년부터 인력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수선 공사비 역시 비싸졌다.
지난달 도쿄에서 수선적립금 관련 세미나를 주최한 사쿠라사무소의 한 아파트 관리 컨설턴트는 "2012년에 비해 수선 공사비가 20~3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수선적립금을 모으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수선적립금을 일정하게 하는 '균등식'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적립액을 낮게 설정하고 몇 년 후부터 늘려가는 '단계 증액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10년 이후 완성된 건물의 68 %가 '단계 증액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계 증액식'을 채택했을 경우 중간에 적립액을 늘리려면 소유자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소유자 동의가 어려울 경우 적립금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단계 증액식의 경우 증액 결의를 반복해야 하고 소유자가 고령화되는 경우 고액 지불 부담으로 증액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리가 필요한 노후아파트에 상속 문제까지 얽혀있다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부모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은 자녀가 노후화를 이유로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적립금 증액을 설득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우에다 신이치 NPO법인 빈집·공터관리센터 대표이사가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립금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조금씩 증액하기보다는 한꺼번에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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