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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왕' 눈밖에 나면 승진 못하죠"..소외된 검사들 '분통'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1 15:00

수정 2019.08.01 15:0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사진=유선준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사진=유선준 기자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사단·특수통 아니면 능력이 뛰어나도 승진 못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재경지검 A부장검사)
"검찰 역사상 총장 사람들로 요직을 꽉 채운 사례는 윤 총장 때가 유일합니다"(검찰 B고위 간부)

최근 단행된 대검찰청 참모진과 차장·부장 등 중간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특수통 검사들과 과거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춘 검사들이 대부분 승진한 반면,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기 때문이다. 검찰 일각에선 형평성에 맞지 않는 코드 인사로 내부 분열을 자초했는데,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일선 검사들에 따르면 최근 평검사들 사이에서 '윤 왕'(尹 王)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자기 사람들로 요직을 채운 윤 총장의 제왕적인 행태를 비판하는데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사단 '승진' vs 여권 사건 담당 검사들 '좌천·사표'
지방 검찰청의 C검사는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을 하려면 무엇보다 검찰 내부를 다독이고 화합을 주도해야 하는데, 되레 코드 인사로 내부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내부 불만이 증폭돼 다시 검난(檢亂)이 일어날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44· 사법연수원 31기)은 검사 5명이 있는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좌천성 인사 발령이 났으나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건 지휘라인에 있었던 권순철 동부지검 차장검사(50·25기)는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이 났으며, 한찬식 동부지검장(49·21기)도 검사장 인사가 나기 전에 사표를 제출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검사(51·26기)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전보됐으며, 사건을 총괄한 권익환 남부지검장(52·22기)은 윤 총장의 취임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10여명의 중간 간부급 검사들도 전날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이후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줄줄이 사의 표명에 나선 상태다. 이에 비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인 검사들과 특수통 출신 검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과 과거 손발을 맞췄던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47·28기),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49·29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49·29기)은 각각 1~3차장으로 승진했다.
3차장은 지난해부터 전담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 등 공직자·기업비리 등 특별수사를 총괄, 2차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공소유지와 함께 대공·선거·노동사건 지휘, 1차장은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등 주요 사건을 맡는 요직들이다.
■"검찰 개혁에 앞서 내부 분열"
특수통 출신들인 구상엽 공정거래조사부장(45·30기), 고형곤 남원지청장(49·31기), 허정 광주지검 특수부장(46·31기), 이복현 원주지청 형사2부장(47·32기)은 각각 중앙지검 특수1~4부장에 임명됐다.
이밖에 박영수 특검과 사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양석조 특수3부장(46·29기)은 부패 범죄 수사를 관리하는 요직인 대검 선임 연구관으로, 그간 삼바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3차장검사(46·27기)는 전국의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D고위 간부는 "(윤 총장이) 눈에 보이게 측근들로만 전국 검찰청 요직에 앉혔다"며 "후배들이 소외감·이질감을 느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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