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승무원 성추행 한달에 한번꼴 하늘 보기 부끄럽지 않으세요?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8 17:49

수정 2019.08.08 17:49

작년 14건으로 6년來 최다 폭언·폭행 전년보다 2배 늘어
기내 난동 승객 탑승 거부 '노플라이'같은 강한 처벌 필요
승무원 성추행 한달에 한번꼴 하늘 보기 부끄럽지 않으세요?

#. 지난달 17일 미국 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술에 취한 중년 남성 A씨가 기내 승무원을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기내에서 주는 술을 마시고 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이 불쾌함을 토로하자 항공사 측은 바로 A씨에게 경고조치 후 다른 자리로 이동시켰고 인천에 도착해 인천공항경찰대에 인계했다. 경찰 조사 당시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4일 검찰에 송치됐다.

■승무원 대상 성추행 '급증'

항공기 내 승무원에 대한 성추행 등 불법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고된 발생 건수만 6년새 최고치에 달했다. 항공사와 정부 등에서 처벌 형량을 강화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사후조치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전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승무원에 대한 항공기 내 성추행 발생건수는 14건이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4~5건에 비하면 평균 3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폭언과 폭행(위해행위 포함)도 지난해 각각 30건, 17건으로, 전년도보다 2배가 넘는 61건에 달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2017년 3월 기내 불법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유야무야 넘어갔던 불법행위자 신고가 철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 이미지를 위해 항공사들이 기내 불법행위가 발생해도 구두경고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처벌수위 강화 이후 불법행위자를 경찰에 인계하지 않으면 항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신고건수가 늘어나면서 발생 건수도 급격하게 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6년 유명 가수 리차드 노엘 막스가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린 승객을 제압한 사례가 화제가 되면서 국토부는 항공보안법을 개정, 처분 수준을 상향 조치했다.

현행 항공보안법상 기내 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2017년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을 탑승시키지 않는 '노플라이(No-Fly)' 제도도 도입했다.

■"술 규제·처벌수위 강화 필요"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 끊이지 않는 승무원 대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 강화뿐만 아니라 시민의식 향상과 사전조치도 함께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리차드 노엘 막스 사건에서 만취해 승무원들을 폭행한 B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와 함께 벌금 500만원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반면 지난 2월 인천으로 향하던 하와이안 항공기에서 만취해 승무원에게 난동을 부린 한국인 C씨는 하와이안 호놀룰루 법원에서 징역 6개월과 한화로 약 2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판결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내 불법행위에 대한 대처가 점점 더 엄청해지고 처벌 기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처벌 확정시 일벌백계하는 만큼의 처벌 수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을 단순 서비스직으로 대하는 탑승객들의 태도와 지나친 음주도 불법행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기내 음주와 관련한 제재 규정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승객이 술에 취한 것 같으면 승무원들이 예의주시하며 완곡하게 주류제공을 거절하는 형태가 전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승무원 본연의 업무는 기내 안전을 지키는 일이지만 항공사들이 과도한 서비스 경쟁을 펼치면서 고객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음주 후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기내에서 과도한 주류제공을 규제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