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유신체제 반대시위 배후로 지목돼 옥살이를 했던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74)이 판결확정 후 4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박형준 부장판사)는 13일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1974년 유죄를 선고받은 이 상임고문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역시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이 고문은 서울 영등포 장훈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73년 북한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한 일본판 철학서적을 서울대 일본인 유학생 간노 히로미(菅野裕臣)에게서 받아 3권으로 분책한 후 지인에게 교부한 혐의(반공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박정희정권은 유신체제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이 고문에게 무리하게 혐의를 씌웠고, 당시 중앙정보국은 영장 없이 이 고문을 구금해 고문·가혹행위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이에 이 고문은 2014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와 공산계열에 동조하는 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을 가지고 철학사를 취득하거나 반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명백한 위험을 발생하게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판결 후 취재진들과 만나 "45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으로 생각된다"며 "정말로 평화가 진척되려면 여든 야든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이념을 정치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지만 재심을 받지 않은 2건의 사건에 대해서는 "나머지는 세상이 더 민주화가 되면 재심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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