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내 삶을 바꾸는 ‘행복한 공간’이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1 16:33

수정 2019.08.21 16:33

공간 혁명
세라 W. 골드헤이건/ 다산북스
인간 역량 강화·스트레스 줄여주는 공간은 우리 삶을 휠씬 행복하고 인간답게 만들어
건축환경은 외적 뿐아니라 내적세계도 형성..최고·최악의 건물 등 인간 위한 디자인 제시
내 삶을 바꾸는 ‘행복한 공간’이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으면 어릴 적 살던 장소에 반드시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있다. 이는 인간의 뇌를 연구하면서 새롭게 밝혀진 내용으로 개인이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기억들은 모두 장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건축한 환경이 우리의 기억과 감정, 건강한 정서와 행복감의 형성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 연구가 시작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과거엔 디자인과 건축을 직관이나 취향이 아닌 보편적인 말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 발달로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고 느끼는지를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그에 힘입어 손바닥만한 휴대전화를 디자인하는 데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 촉각이 사람 판단을 좌우한다는 햅틱이론 같은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는 사례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가 수십년간 경험할 건축 환경에 인간 경험 중심 디자인을 반영하는 일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 역량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공간 디자인은 복잡하고 어지럽게 개발된 건물들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훨씬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건축 환경은 우리의 외적 세계 뿐 아니라 내적 세계도 형성한다. 우리가 사는 장소가 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건축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함으로써 삶의 많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무수한 건축물이 놓여있고 이것은 세상을 보다 좋은 장소로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펼쳐진 것과 다름없다. 이 책이 쓰여지게 된 계기는 저자가 40여년 전 호텔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길을 헤매는 바람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채로 호텔을 빠져나와 하릴없이 걷던 중 갑자기 보이는 풍경에 그동안 짓눌렸던 나쁜 감정이 해소되면서 전혀 새로운 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면서라고 한다.

저자는 지난 수십년간 뇌과학 분야에서 이뤄진 혁신적 기술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뇌가 우리의 건축 환경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새롭게 밝혀졌으며 이젠 건축세계를 생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새로운 개념의 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지신경과학과 환경심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활용해 방, 건물, 도시 광장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우리가 형태와 패턴, 빛, 색상, 소리, 질감 등에 보이는 반응들을 설명한다. 이후엔 건물 밖으로 눈을 돌려 아테네의 파르테논,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프랑스의 아미앵 대성당,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 파리의 뤽상부르 정원, 베이징의 798예술구 등 세계 최고와 최악의 건물, 조경, 도시 경관으로 안내한다. 이처럼 이미 지어진 건축물을 통해 좋거나 혹은 나쁜 건축 디자인의 예시와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를 인지신경학적 근거를 들어 제시한다.


정재승 뇌과학자는 "공간 혁명은 '체화된 인지'가 건축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유용한 학문적 개념이 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게다가 신경건축학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최신 주제까지 섭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미덕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넉넉하다.
이 책이 '행복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데 훌륭한 통찰의 안내서가 되리라 믿는다"고 소개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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