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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알아야 할 법률상식]손해보험 가입시 유의할 점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5 10:59

수정 2019.08.25 10:59

전문가들은 보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회사가 우리나라 법과 다른 약관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면 보험자가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보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회사가 우리나라 법과 다른 약관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면 보험자가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사진=뉴스1

자동차보험이나 일반 상해보험과 달리 기업성 손해보험에는 영문약관을 기본 약관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미권에서 먼저 발전한 기업성 손해보험상품이 국내에도 도입되는 과정에서 약관까지 그대로 도입되는 사례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기업성 손해보험은 또 위험의 규모가 큰 경우가 많아 대개 해외 재보험사를 통해 위험의 분산을 도모한다. 해외 재보험사가 자신들에게 익숙한 영문약관의 사용을 선호해서다.

이런 기업성 손해보험 중에서도 해상보험 약관은 그 준거법 자체가 영국법으로 합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풍부한 영국판례에 따라 어느 정도 해석이 확립돼 있다. 하지만 최신 대법원 판결 등에서 문제된 임원배상책임보험과 같이 준거법은 국내법인데 생소한 영문약관이 도입된 경우에는 약관의 해석과 관련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문약관, 해석에 주의해야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영문약관을 사용한 임원배상책임보험이 문제된 사안에서 해당 약관의 ‘클레임(Claim)’이라는 영문용어가 임원이 직무상 수행한 업무에 따른 부당행위로 ‘형사상 기소’를 당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클레임이라는 영문용어가 미국의 임원배상책임보험 관련 업계에서 사용된 용례나 분쟁사례에서 결정된 의미를 보면 “반드시 손해배상청구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임원의 업무 추진과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기 위해 회사의 비용으로 임원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려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취지에 따르면 임원이 업무상 행위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경우와 형사상 기소를 당한 경우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올해 1월 선고된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보험업계에서도 손해배상책임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따른 책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형사상 기소가 클레임 범주에 포함된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송태섭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이러한 판례에 비춰 볼 때 영문약관으로 된 보험에 가입할 경우에는 준거법이 우리나라 법이라도 영문약관에 쓰여진 용어가 영미권 국가에서 실제로 어떤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지 주의해야 한다”며 “국내에 출시된 유사한 보험상품의 약관과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약관 명시·설명의무 위반 여부 검토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돼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따라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나 이미 법령에 규정돼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런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 내용을 보험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앞선 임원배상책임보험 사건에서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모든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한 보험회사에 어떠한 청구도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청구조항 △피보험자는 보험회사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방어비용을 지불해서는 안 되고 보험회사가 동의한 방어비용만 손해로 보상한다는 내용의 사전동의 조항 등 두 조항의 효력이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이런 조항들에 대해 “보험계약자가 보험사 설명 없이도 이를 충분히 예상하거나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조항들이 보험금 청구요건을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게 강화한 내용이어서 보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보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회사가 우리나라 법과 다른 약관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면 보험자가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보험산업이 발달한 영미권 등지에서 신종 보험상품이 도입될 경우 그 준거법과 약관의 의미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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