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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팔아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있다고요? [뭐든지 리뷰]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4 10:29

수정 2019.08.24 10:29

캔, 페트병 팔아 포인트 차곡차곡 적립.. 현금처럼 사용
사진=이혜진 기자
사진=이혜진 기자

'쓰레기'로 쇼핑을 한다?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쓰레기마트'가 화제다. 이곳에선 쓰레기를 넣은 뒤 받은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기계 속에 캔이나 페트병 등 재활용 쓰레기를 넣으면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일정 기준을 채우면 진짜 돈으로 바꿔주거나, 쓰레기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쓰레기마트'를 직접 다녀왔다.
'쓰레기'라는 이름에 살짝 멈칫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내외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캔, 페트병을 회수하는 기계 / 사진=이혜진 기자
캔, 페트병을 회수하는 기계 / 사진=이혜진 기자

매장 내부에는 쓰레기를 투입할 수 있는 기계 두 대가 있었다. 화면에 적힌 설명대로 빈 캔 두 개를 조심스럽게 투입했다. 내부로 빨려 들어간 캔은 깔끔하게 압축돼 다시 태어날 준비를 마쳤고, 그 대가로 캔 하나당 15포인트, 총 30포인트가 지급됐다.

캔을 팔아 구매한 에코백 / 사진=이혜진 기자
캔을 팔아 구매한 에코백 / 사진=이혜진 기자

30포인트로 살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싶어 매장 내부를 둘러봤더니,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에코백의 가격이 30원이었다. 가장 소액으로 살 수 있는 이 에코백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제품과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제품은 소방관들이 입던 '방화복'으로 만들어진 가방이었다. 값은 제법 나갔지만 상품 설명대로 가방이 꽤 튼튼하고 질겨 보였다.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의 귀중한 옷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이라니, 그 의미만으로도 존재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방화복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 / 사진=이혜진 기자
방화복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 / 사진=이혜진 기자

아담한 매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상품들은 대부분 버려지거나 사용 가치가 떨어진 물건을 다시 활용하거나,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생산된 것들이었다. 쓰레기를 넣으면 돈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찾아왔는데 자원과 환경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교육'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실제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매장을 찾은 부모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사진=이혜진 기자
사진=이혜진 기자

독일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이모(26·여)씨는 "독일 생활 중에 이와 비슷한 기계를 많이 봤고, 실제로도 자주 사용해봤다"라고 전했다. '공병 보증금 반환제'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독일에서는 마트나 주류마켓 등이 이 같은 기계를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생활 밀착적으로 이 기계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기계에 쓰레기를 투입하고 물건을 구매해본 결과 포인트를 쌓는 재미는 물론 버려지는 물건을 모아 무언가를 얻는다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거기다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까.

사진=이혜진 기자
사진=이혜진 기자

쓰레기마트는 오는 9월 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홈페이지에 '2호점 준비 중'이라고 적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운영 계획은 없다고. 쓰레기를 모아 포인트를 쌓는 재미도 느끼고 자원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9월 5일이 지나기 전에 이 특별한 마트를 한 번 찾아보길 추천한다.

#쓰레기마트 #재활용 #환경 #자원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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