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완전한 유럽연합 탈퇴) 찬양파인 존슨의 트위터 메인 동영상은 강한 영국의 미래를 부르짖는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를 밀어내고 존슨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유럽은 순간 경악했지만, 어느덧 지금 상태에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것 같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현으로 받은 충격과 그로 인한 면역효과인지 모르겠다. 트럼프와 존슨, 쌍둥이처럼 보이는 둘의 공식 만남은 지금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진행 중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24∼26일)에서 전격 이뤄졌다. 물론 이들이 애초부터 같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출생지가 미국 뉴욕인 존슨은 지난 2015년 "뉴욕에 가고 싶지 않다. 이유는 엄청나게 무지한 남자 트럼프를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라는 농담을 던진 일화가 외신에 언급됐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다.
EU의 협공 속 어느 때보다 미국이 절실한 존슨, 노골적으로 '노딜'을 부추기며 편가르기에 올인하는 트럼프, 둘은 더없는 연대와 우정을 과시해야하는 상황이다. 회의를 주관하는 마크롱이 이번 G7회의 공동성명 채택을 사전에 포기한 건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존슨' 커플의 향방도 주효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 회의에 앞서 참모들에게 "내가 거길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수차례 푸념했다. G7회의에서 정상 간 공식 합의 실패는 1975년 창설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20세기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애를 추구해온 서구 정치질서는 이미 붕괴와 해체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결코 평화롭게 부상하지 않을 패권국 중국, 이런 중국이 실은 너무나 부러운 러시아, 세계 곳곳을 향한 이 두 국가의 개입과 충돌도 더 잦아질 것이다. 급속히 재편 중인 국제정치 새 판에서 한국 외교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리 정부가 간절히 바라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닌,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나라'가 돼선 절대 안되지 않을까.
jins@fnnews.com 최진숙 글로벌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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