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의 물사마귀 제거 시술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의료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주사행위를 업무로 수행할 수 있는데, 물사마귀 제거는 주사행위보다 위험성이 크지 않은 간단한 시술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전모씨(43)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피부과 의사인 전씨는 2016년 9월 간호조무사 A씨에게 환자 B씨의 전염성 연속종(물사마귀)를 제거하는 시술을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씨가 의료인이 아닌 A씨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고 보고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전씨는 재판과정에서 “물사마귀 제거 시술은 간단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시술이어서 의사가 직접 할 필요가 없다. 환자를 충분히 진료한 후 간호조무사에게 시술을 지시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은 일반적으로 두 손가락으로 전염성 연속종을 벌리고 말갛게 팽창됐을 때 의료도구로 따내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한개 제거에 5초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시술”이라며 “시술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의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의료분업의 필요성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시술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위법성이 없음)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이 사건 시술은 의사인 피고인의 일반적 지도·감독하에 간호조무사에 의해 진료보조 행위의 일환으로 실시됐다고 보인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시술이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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