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기도의원 올해 초 도정질문서 부적절,지적
`오비이락' 일본 경색정국속 민원제기 겹쳐

【무안=뉴시스】배상현 기자 = 전남도립도서관 벽면에 새겨진 일본어 등 문자와 기호 112자가 최근 삭제돼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다.
30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도립도서관은 건물 상단부 벽면에 새겨진 한글과 한자, 일본어, 영어 등 글자 112자를 1500만원을 들여 통째로 지웠다.
지난 2011년 198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연면적 1만2000㎡)로 도서관을 세울 때 외벽 상단부에 한글 자음과 모음 일부, 영어(BOOK), 중국어(天地人), 일본어(ラィブラリヘ·라이브러리), 기호(+ - ×÷) 등 112자를 새겨 놓았는 데 최근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삭제한 것.
외벽 하단부 훈민정음 서문 108자는 그대로 남아 있다.
애초 도서관 벽면 글자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전남도의회에서다.
전남도의회 임종기(순천2·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도정질문을 통해 훈민정음 위에 일본어와 영어, 한자가 새겨진 것에 대해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임 의원은 특히 도서관의 영어단어인 '라이브러리'를 일본어로 기록한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을 했다.
일본어로 `도서관'이라고 기록했으면 일관성이라도 있는데 도서관의 영어표현을 일본문자로 적은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임 의원은 "훈민정음 위에 일본어 등 외국어를 새긴 것은 문화사대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고 봤다"면서 "라이브러리 일본어 표기는 더욱 일관성이 없고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애초 건물을 지을때부터 사려가 깊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 의원의 지적에 따라 전남도립도서관은 삭제 여부 등을 위해 전문기관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한·일 양국 관계의 냉각은 그렇지 않았도 거슬렸던 벽면 일본어 표기를 가만두지 않았다.
일부 이용객이 ‘건물 상단에 새겨진 일본어를 지워달라’, ‘왜 건물에 일본어를 새겨넣었냐’ 등의 민원을 홈페이지에 제기했다.
전남도립도서관은 지난 4월부터 국립국어원·한국일본어학회 등 전문기관 자문을 받아 국어·일본어 전공 교수, 디자인 전문가 등이 참여한 회의를 거쳐 지난 7월말께 문자와 기호를 삭제키로 결정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일본과의 경색정국에 따른 이의제기가 잇따르자 문자를 삭제한 것처럼 비치고 있으나 전남도립도서관은 "이는 완전한 사실은 아니다"고 난감해했다.
전남도립도서관 관계자는 "벽면 글자에 대해 도의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어 지난 4월부터 전문기관 등의 검토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오비이락' 같이 됐지만, 일본과의 경색국면에 따라 온전히 이번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여져 좀 난감하다"고 말했다.
praxi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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