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포유동물 대신 벌레 이용해 장 건강에 좋은 특효약 개발한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1 12:00

수정 2019.09.01 12:00

장 질환이 생긴 예쁜꼬마선충 벌레(사진 왼쪽)는 장관투과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체내 형광물질 축적이 높게 나타나는데 비해, (오른쪽) 채소유래 천연물질을 함께 먹인 예쁜꼬마선충 벌레는 체내 형광물질 축적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장 건강이 개선됨을 알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장 질환이 생긴 예쁜꼬마선충 벌레(사진 왼쪽)는 장관투과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체내 형광물질 축적이 높게 나타나는데 비해, (오른쪽) 채소유래 천연물질을 함께 먹인 예쁜꼬마선충 벌레는 체내 형광물질 축적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장 건강이 개선됨을 알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강경수 박사팀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를 이용해 장질환 개선효능을 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해 장 질환 개선에 좋은 천연물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에 서식하는 1㎜ 정도 크기의 투명한 벌레로 900여개의 체세포와 300여개의 신경세포, 2만 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 꼬마선충의 유전자 중 40%가 인간에게 보존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세포 사멸, 노화 등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KIST 강경수 박사팀은 포유동물 대신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를 이용해 장 질환 개선효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벌레에게 장 건강을 나쁘게 하는 유해한 장내균을 먹이면 벌레의 장관 투과도가 크게 나빠지며, 수명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때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식품이나 천연물 소재를 함께 먹인 다음 벌레의 장 건강이 얼마나 잘 회복되는지 관찰함으로써 장 질환 개선 효능 평가가 가능하다.

KIST 연구진은 벌레를 이용한 장 질환 평가 기술을 이용해 브로콜리, 케일, 배추 등의 채소의 소화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천연물 대사물질인 '3,3-다이인돌릴메탄'이 장누수 증후군과 염증성 장질환 개선 효능이 있는 것을 밝혀냈다.

KIST 강경수 박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장 건강 평가법을 이용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다양한 장내미생물과 인체 질병,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한반도 자생식물 유래의 천연물 신물질과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이용하여 장 건강을 개선하고, 건강수명을 늘려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신약후보물질 등 다양한 바이오소재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포유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해 동물연구윤리를 지켜나가고, 꼭 필요한 포유동물 실험에 집중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IST 강경수 박사는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는 사람과 비슷한 소화기관과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향후 다양한 장내 미생물과 인체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구명하는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장 질환 개선용 식의약품의 개발과 같은 산업원천 기술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고 설명하였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인 '천연물유래 광반응 신물질 개발' 사업과 '천연물-마이크로바이옴 상호작용 연구'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농업식품화학회지)' 최신호에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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