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춤에 온몸을 맡겨봐..그게 바로 삶의 이유 [이 공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6:50

수정 2019.09.02 16:50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춤에 온몸을 맡겨봐..그게 바로 삶의 이유 [이 공연]
3면을 가득 채운 낙서, 칠판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분필 소리, 벽에 난 여러 문을 통해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용수들···.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는 국립극단 산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입시에 시들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생생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 2015년 '청소년예술가탐색전'에서 진행된 류장현 안무가와 청소년들과의 창작 실험이 그 출발이다.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이 융합 장르는 현실을 비판하듯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문을 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용수들의 몸짓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소용없다는 게 느껴진다. 끝 모를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들의 자유로운 동작은 일정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의미를 찾으려는 이성은 내려놓고, 무용수들의 몸짓과 음악 그리고 오감에 모든 것을 맡기며 감상하는 것이 방법이다.


하이라이트는 극 중반, 무대의 한쪽 문이 활짝 열리면서 우비를 뒤집어쓴 채 밖에서 대기하던 무용수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검은 비석'을 어깨에 얹고 관객석으로 와 춤을 추다가 불특정 관객의 손을 잡고 무대로 돌아간다. 무용수와 관객은 즉석에서 함께 춤을 추며 무대를 꾸민다. 그들이 하나로 어우러질수록 객석에 앉은 관객의 박수와 웃음, 흥은 덩달아 커진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한다는 것의 즐거움, 그 무한의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 한 차례 학습된 관객 참여형 무대는 공연의 마지막, 더 많은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내면서 폭발한다. 관람석의 절반이 빈 상태에서 그야말로 축제의 춤판이 벌어진다.

류장현 안무가는 과거 치매병원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죽은 듯 휠체어에 앉아 있는 환자들을 보고 소통하고픈 의지가 발동돼 그들이 알 만한 음악 목록을 뽑고, 도깨비처럼 꾸민 후 미친 듯이 즉흥 춤을 췄더니, 한 할머니가 동참했단다.
'춤은 사람을 살리는 예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그 순간이 '죽고 싶지 않아'의 밑거름이 됐다. 현대 무용가 안은미도 "춤은 생명수"라고 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삶과 죽음. '죽고 싶지 않아'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춤의 생명력을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온몸으로 알 수 있는 기회다. 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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