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유력인사의 지인이나 친인척을 부정채용한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74)이 1심 선고 전 마지막 재판에서 검찰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부정채용을 지시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절망과 무력감을 안겨줬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업무방해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무서우면 (부하직원들이) 그런 식으로 답을 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이 전 회장은 자신에게 들어온 청탁을 비서실과 경영지원실 등에 전달했을 뿐, 해당 지원자의 합격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무자들이 채용 과정에 대한 보고를 하는 형식의 이메일에 대해서도 "이메일은 거의 읽지 않는다"며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또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자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부하직원들이 허위 증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심모 비서실장의 진술에 대해 "검찰의 위력을 실감했다. 제 기억과 그 사람이 나에게 말한 것이 너무나 다르다"면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검찰이 사람을 저렇게 바꿔서 진술하게 한다는 생각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검찰에 의해 '고초'를 당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스스로 잘 아실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범죄인을 만들 수 있지 않나"면서 "저 역시 12년간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 가족들도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부하직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객관적인 물적 증거도 전부 부인하고 있다"면서 "여러 물적 증거와 증언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직접 부정 채용을 지시한 것이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사람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정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회사 이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 사건 범행으로 KT뿐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절망과 무력감을 안겨줬다"면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저와 제 가족들은 199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먼지털이식 검찰 수사를 받았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면서 "제 평생 비리를 용납하지 않았고, KT에서도 고질적인 인사비리를 척결하려 노력했다. 혹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과실이었지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63)과 김상효 전 KT 인재경영실장(63)에게는 각각 징역 2년, 김기택 전 KT 인사담당상무보(54)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 전 회장 등은 2012년 KT의 상·하반기 신입사원 공식채용과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유력 인사들의 청탁을 받아 총 12명을 부정하게 채용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 김종선 KTDS 부사장,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허범도 전 의원, 권익환 전 남부지검장의 장인 손모씨도 부정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난 7월부터 진행된 재판에서는 KT 비서실에서 이 전 회장의 '지인리스트'를 관리해왔으며 공채 당시 이 전 회장이 직접 '관심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서 전 사장을 비롯한 3명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회장 측은 채용과정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부정채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해왔다. 또한 사기업이 공식채용 시험결과를 완벽하게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부정'이라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KT와 면접위원들에 대한 '업무방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0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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