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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3상 실패"… ‘제2 신라젠’된 헬릭스미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4 17:57

수정 2019.09.24 17:57

"약물 혼용, 어이없는 일 발생"
6개월 내 두 번째 임상3상 시작
하한가 직행… 시총 1조원 증발
다른 바이오株 주가변동은 제한적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3-1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3-1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인 '엔젠시스(개발명 VM202)' 첫 번째 임상3상이 '약물 혼용'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혼용 가능성 때문에 임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이번 임상은 사실상 실패했다. 헬릭스미스는 6개월 내 두 번째 임상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24일 코스닥시장에서 헬릭스미스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12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헬릭스미스는 이날 오전 기업설명회를 열어 임상3상에서 약물 혼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임상3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엔젠시스 투여군과 플라시보군(가짜약) 사이에 약물이 뒤섞였을 가능성을 확인, 약효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공시했다. 일부 플라시보군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고, 일부 엔젠시스 투여군 환자에서는 기대치보다 양이 매우 낮게 나와 혼용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한 번에 임상3상을 성공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의사들이 약물에 대한 믿음이 강해 환자들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만들지 않을지 우려했는데 오히려 혼용이라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피험자를 제외하면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고 덧붙였다.

'엔젠시스'의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임상 피험자 전원에 걸쳐 이상반응 빈도가 매우 낮게 나왔고, 약물과 관련됐다고 판단할 만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는 향후 6개월 안에 두 번째 임상3상을 시작하고, 2022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약물 혼용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헬릭스미스는 혼용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지난 20일 조사단을 구성,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추후 법적 조치 가능성을 고려해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김 대표는 "임상이 이뤄지는 사이트(병원)에서 약물이 혼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혼용 원인 등을 섣불리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주가는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했다. 앞서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등의 잇단 바이오쇼크는 기업의 이벤트가 바이오업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날 헬릭스미스 주가가 떨어진 것과 별개로 다른 바이오업체들의 주가 변동은 미미했다.
헬릭스미스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이연제약은 이날 종가 1만2800원으로 약 9.22% 하락하는 타격을 입었지만 다른 바이오주는 굳건했다. 특히 오는 11월 임상3상 결과 발표를 앞둔 메지온은 4.5% 오른 10만4400원에 장을 마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은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결과 공개가 마지막 남은 불확실성 해소라고 인식되고 있었기에 신라젠이나 에이치엘비의 임상 결과 공개와는 달리 섹터 내 다른 종목들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주가 낙폭이 과도했던 종목들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bjw@fnnews.com 배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