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김언수 "콘텐츠의 미래? 소설에, 장편소설에, 스토리에 있다"

뉴스1

입력 2019.09.30 07:10

수정 2019.09.30 07:10

소설가 김언수가 27일(현지시간)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소설가 김언수가 27일(현지시간)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예테보리=뉴스1) 이기림 기자 = "대한민국 소설가 평균 연봉이 200만원입니다. 이야기 대기근의 시대에 왜 소설가가 밥을 굶느냐, 모두가 콘텐츠를 원하는데. 우리가 이야기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27일(현지시간)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만난 소설가 김언수(47)는 한국문학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언수는 "예전에는 소설에서 독자로 바로 갔더라면 이젠 뮤지컬, 드라마의 형태로 간다"며 "요즘 세대는 책을 안 읽는다는 등 계몽을 할 게 아니라 변화를 인정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이 아니라 상상력의 근육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언수는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국내 문인들 중 조금은 색다른 이력을 가졌다.

현기영, 한강, 김행숙 등 국내 순문학의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달리 김언수는 스릴러 등 장르문학이라고 불리는 이야기를 쓴다.

그는 한국에선 저평가되는 장르소설을 쓰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콘텐츠 파워를 자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다.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가 담긴 장편 '설계자들'은 미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자회사 더블에이에 1억원이 넘는 선인세로 판권이 팔렸고,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4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데다 한국 범죄스릴러물의 대표주자인 덕에 이번 도서전 주최측이 꼭 참여해달라고 김언수 작가를 지목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나라이면서 스티그 라르손 같은 스릴러의 대가를 배출한 나라다.

김언수는 한국문학이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순문학, 장르문학으로 이야기 형태를 구분하기보다 그냥 그 자체로 좋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해리포터2가 삼성전자 매출의 1.5배를 벌었다고 할 만큼 이야기 산업은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야기 전문가가 없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외국에선 책을 내야 작가이고 한 편의 장편 쓰기를 꿈꾸는데 한국은 단편 중심의 문화"라며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이야기인데 이런 문화는 산업 체질을 떨어뜨린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신 그는 "단편 대신 장편을 쓰게 한다면 10년쯤 지나 우리나라는 어마무시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소설이 더더욱 입지가 커지고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소설은 이야기의 완전체로, 할리우드, 넷플릭스 등 대자본의 영향으로 영상과 소설은 같이 이야기를 만들며 진화해갈 것"이라고 했다.

김언수는 최근 웹소설 등 대중소설이 각광받는 시대에 대해서도 평했다. 그는 "저는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만 있다고 생각한다"며 "필드에 모아놓고 싸우게 한 다음 승자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전인 폭풍의 언덕도 로맨스고, 오이디푸스도 당시 엄청나게 유명했으니 2000년을 남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클래식은 엄청난 대중성 산물일 수 있겠다"고 했다.


김언수는 마지막으로 지금의 문학은 과거보다 퇴보했다고 평가했다. 영상의 시대에 글 문화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영상이건 뭐건 간에 모든 콘텐츠 중심 안에 이야기와 노래가 있다는 것, 누군가 이걸 순수하게 지켜줄 때 중심이 생기고 그 중심이 단단해져야 외곽으로 뻗어나간다는 걸 한국 문단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