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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美연준 금리인하 발목 잡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1 14:25

수정 2019.10.01 14:25

WASHINGTON, Sept. 18, 2019 (Xinhua) -- U.S. Federal Reserve Chairman Jerome Powell speaks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Washington D.C., the United States, on Sept. 18, 2019. U.S. Federal Reserve on Wednesday lowered interest rates by 25 basis points amid growing risks and uncertainties stemming from
WASHINGTON, Sept. 18, 2019 (Xinhua) -- U.S. Federal Reserve Chairman Jerome Powell speaks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Washington D.C., the United States, on Sept. 18, 2019. U.S. Federal Reserve on Wednesday lowered interest rates by 25 basis points amid growing risks and uncertainties stemming from trade tensions and a global economic slowdown, following a rate cut in July that was its first in more a decade. (Xinhua/Liu Jie)
[파이낸셜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복병으로 금리인하를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언제든 유가 급등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중동불안이 여전한데다, 미 수입물가를 급격히 끌어올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뛰면 연준으로서는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미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뛰면 경기침체기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CNN비즈니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9월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습에 따른 유가 폭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환기시켰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태에서 물가가 뛰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저 멀리서 아른거린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과 이를 토대로 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연준으로서는 시장불안과 경제여건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BNY 멜론 산하 록우드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트 포리스터는 "연준은 마치 플라이볼 상태에서 1루와 2루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주자가 된 상황"이라면서 "이전보다 더 경제지표들을 면밀히 따지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포리스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고유가, 미중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관세 인상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인다고 그는 우려했다. 고유가의 경우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유럽과 중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주게되고, 미국의 관세인상은 미 경기둔화 속에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수요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이 아닌 석유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상승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포리스터는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상승에 관세까지 겹치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우려를 잠재울 낙관적인 관측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는 10~11일 워싱턴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예정이고, 양국 정상간 화해조짐도 보이고 있다.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을 높이는 조짐들이다.

지난주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 미 증시 퇴출 등을 포함해 중국 기업투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이는 '가짜뉴스'라고 부인하고 나서면서 일단 진화된 상태다.

사우디 변수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가 예멘과 휴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유가는 3%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은 취임 이후 변덕이 죽 끓듯 해왔던 터라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또 15일부터는 중국제품 25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이 15%에서 30%로 오른다.

모간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섈럿 CIO는 "무역측면에서 건설적이고 성장지향적인 협상 전망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에따라 연준이 결국에는 관세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 씨름해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지나치다는 반론도 많다. 우선 물가상승률이 가계 소득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비 2.4% 올랐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3.2%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가 뛰어도 소비자들이 그 충격을 흡수하고도 남을 만큼의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고 있음을 뜻한다.

INTL FC스톤의 글로벌 시장전략가 유세프 아바시는 "관세에 따른 것이건,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건 인플레이션은 지금 걱정거리가 아니다"라며 "일부 투자자들과 시장의 점쟁이들이 10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경고했지만 지금껏 현실로 닥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어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금리인하 발목을 잡고 있을 가능성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오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55%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헬리오스 퀀티터티브 리서치의 조 맬런 CIO는 "인플레이션이 뛰어도 통제불능 수준의 지구종말적 시나리오에는 근처에도 못 갈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이 뛰고, 경제가 침체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연준은 물러나 앉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맬런은 "연준이 관망할 수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금리를 옥죄거나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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