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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시리즈펀드가 뭐길래…은행-운용사 '갑을 관계'가 원인

뉴시스

입력 2019.10.02 06:04

수정 2019.10.02 06:04

운용사가 설정 방식 '묻고', 은행이 '알려주고' 운용사 DLF 설정 중단, 대부분 '비자발적' 사유 운용보수 0.11% vs 판매보수 1%…"갑을 방증" "OEM 펀드로 판매사 징계 못해…규제 손봐야"
【서울=뉴시스】금융감독원이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사태를 금융회사들의 이익 중시 및 관리 부실 탓으로 잠정 결론짓고,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선다. 다음은 해외금리 연계 DLF상품설계·제조 및 판매 절차.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금융감독원이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사태를 금융회사들의 이익 중시 및 관리 부실 탓으로 잠정 결론짓고,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선다. 다음은 해외금리 연계 DLF상품설계·제조 및 판매 절차.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와 관련해 자산운용사들이 주문자제조상표(OEM) 펀드와 시리즈 펀드 제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판매사인 은행과 자산운용사 간 소위 `갑을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가 주문자제조상표(OEM) 펀드와 시리즈 펀드를 통한 공모규제 회피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감원은 추후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친 뒤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운용사 설정 방식 '묻고', 은행 '알려주고'

금감원은 자산운용사가 사실상 동일한 편입 자산과 운용방식을 가진 복수의 파생결합펀드(DLF)를 발행사, 약정수익률, 손실배수 등 일부 조건만 변경해 시리즈 펀드로 만들어 반복 설정했다고 봤다.


시리즈 펀드란 동일한 펀드를 여러 사모펀드로 쪼개어 설정해 공모펀드 규준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자산을 펀드에 편입하고 1호, 2호, 3호 등을 붙여 다른 펀드로 운용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펀드다.

사모펀드는 법상 49인 이하 투자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어 판매사가 50명 이상의 여러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선 공모펀드로 출시돼야 한다.

실제 금감원이 공개한 A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자 및 펀드 운용역과의 녹취내용에 따르면 펀드 운용역이 "동일한 방식으로 설정한 2호, 3호 및 5호를 합쳐 투자자 수를 49인 이하로 설정해야 하냐"고 묻자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 DLF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냥 진행해도 된다"고 답변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원승연 금감원부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원금손실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관련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0.01.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원승연 금감원부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원금손실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관련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0.01. photothink@newsis.com
◇은행이 펀드 설정 관여…운용사 설정 중단, 대부분 '비자발적'

운용사의 펀드 설정 과정에서도 판매사인 은행이 설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증권사에 DLS 상품을 제안하면 은행은 증권사와 수익률, 만기 등 상품구조를 협의했다. 이후 상품구조가 확정되면 은행은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들은 대부분 펀드 설정을 거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는 은행이 펀드를 더 요청하지 않았거나 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펀드 설정을 그만뒀다. 이같은 OEM 펀드는 자산운용 라이선스가 없는 판매사가 운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DLS의 수익구조나 가격 적정성 등을 이유로 펀드 설정을 거부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독일국채 DLF의 경우 기초자산의 수익성 등을 이유로 펀드 추가 설정을 중단한 자산운용사는 전체 4개 자산운용사 중 1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운용사에 처벌을 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전에도 수차례 OEM과 시리즈 펀드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거를 확실하게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처벌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은행-운용사, 갑을관계…운용사만 제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판매사인 은행과 운용사 간 갑을 관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가 펀드를 잘 짜놓더라도 판매사가 걸어주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 판매사가 '갑'이 된다.

이번 DLF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들은 KB자산운용을 제외하고 모두 중소형 자산운용사로 나타났다. 유경PSG자산운용, HDC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은 중소형 규모이기 때문에 은행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감원이 공개한 금융회사별 제공서비스 및 수수료를 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외국계 IB가 가장 높은 수수료율(3.43%)을 챙겼다. 이어 은행(1.00%), 증권사(0.39%), 자산운용사(0.11%)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EM 펀드에 대한 책임은 이행한 운용사에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산운용업자는 인가 목적에 맞게 자산운용을 해야 해 판매사의 요구가 있더라도 책임은 운용사가 지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인데도 운용사의 운용보수는 작고 은행의 판매보수는 컸다"며 "판매사와 운용사 사이에 갑을관계가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OEM펀드 이슈로 운용사는 징계할 수 있더라도 부당한 주문한 은행을 제재할 수 있지 않다"며 "자산운용사만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된 규제를 손봐야 확실한 관행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wahw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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