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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복서' 엄태구 "코믹·멜로 겁 났지만…몸 불살랐어요"(종합)

뉴스1

입력 2019.10.02 14:06

수정 2019.10.02 16:59

엄태구(CGV아트하우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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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CGV아트하우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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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아트하우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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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CGV아트하우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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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CGV아트하우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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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엄태구(36)가 '판소리 복서'라는 독특한 영화로 돌아왔다. 전작 '구해줘2'에서 강렬한 '미친 꼴통'으로 분했던 그는 이번에 어수룩하면서도 순수한 병구를 맡아 연기 변신을 꾀했다.

엄태구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판소리 복서'(감독 정혁기) 인터뷰에서 뉴스1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판소리 복서'는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생애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신박한 코믹 휴먼 드라마다. 단편 '뎀프시롤: 참회록'을 장편화한 영화다.



2013년 영화 '잉투기'를 시작으로 '밀정'과 '택시운전사' '안시성' 드라마 '구해줘2'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은 엄태구는 '판소리 복서'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맡은 병구는 한때 복싱 챔피언 유망주로 주목 받던 전직 프로복서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펀치드렁크' 판정을 받고, 지울 수 없는 실수로 복싱협회에서 영구 제명됐지만, 박관장과 미완의 꿈이었던 판소리 복싱을 실현한다.

병구의 이야기를 찬찬히 그려내는 '판소리 복서'는 코믹스럽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엄태구도 이러한 병구의 삶에 집중하며 어리숙한 병구로 완벽하게 분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판소리와 복싱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결합도,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나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날 엄태구는 단편을 장편화한 '판소리 복서'에 도전하며 "그냥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최대한 대본을 기초로 영화가 판타지 같기도 하고, 실제 같기도 한데 영화에서는 무조건 현실같이 하려고 했다. 복싱 동작을 하더라도 전직 프로 복서로 믿어질 수 있게끔 했다. 펀치드렁크라는 병에 가볍게 접근하지 않기 위해서 좀 더 진실되게 하려고 노력했다. 영화가 재밌으면서도 웃기고 이상한 느낌이 나는데 처음에는 겁이 나기도 하더라.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매 작품마다 도전의 연속이라고 말한 엄태구는 어리숙한 병구에 대해 "(병구는) 아무래도 과거의 잘못과 자신의 실수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고 체육관의 방에 고립돼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관장님만 보다가 교환이를 보게 됐고 그리고 아이들을 봤다. 그 외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어리숙한 모습이 있었고, 거기에 펀치드렁크가 겹쳐서 조금 더 그런 쪽으로 가도 되겠다 싶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복싱 외에 캐릭터 적으로 접근한 건 '펀치드렁크'라는 병이었다. 그래서 병에 대해 쉽게 접근하기보다는 병의 증세를 찾아봤다. 펀치드렁크가 기억을 잃어가는 것도 있지만 말이 되게 어눌해진다고 하더라. 그거를 최대한 몸에 붙여서 제 말투보다 좀 더 어눌하게 했다. 저도 어눌하지만 (웃음)"이라며 "장발은 가발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어리숙한 병구이지만 복싱을 하는 장면에서는 남다른 눈빛을 선보인다. 스크린을 사로잡는 병구의 복싱에 대해선 "복싱은 코치님이 일대일로 붙으셔서 두세달 동안 하루에 다섯 시간 씩 매일 그렇게 연습했던 것 같다. 코치님과 연습할 때 목표가 되게 높게 잡았는데 선수 분들이 봤을 때도 약간 좀 이질감 느끼지 않게 할 만큼 해보자고 작정하고 거의 미친듯이 준비했던 것 같다. 최대한 주먹도 빠르게 치려고 했다. 줄넘기도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살이 많이 빠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엄태구는 "체중 감량은 저절로 됐다. 거의 저절로 된 것 같다. 좀 많이 빠져서 몸무게를 따로 재보진 않았다. 근데 그땐 뼈밖에 없었다. 복싱을 하면서 부상으로는 여기 저기 다 쑤셨는데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판소리 복싱'이 가능할까. 엄태구는 "실제로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시합에서도 할 수 있다. 외국 권투선수 중에 힙합에 맞춰서 시합을 하는 선수가 있다더라. 가드도 내리고 하신다. 물론 '옆돌기' 이런 건 안 되겠지만, 실제로 힙합에 맞춰서 한 선수가 많은 승을 거뒀다고 하더라. 물론 현장에서 영화처럼 장구를 치는 건 안 될 것 같다. 하하. 그 선수분도 속으로 힙합을 생각하시면서 했다더라."

영화 시작과 끝을 사로잡는 병구의 '판소리 복싱'에 대해서도 비화를 밝혔다. 엄태구는 "우선 복싱 기본 자세를 열심히 배우고, 코치님과 일대일로 하면서 제가 동작을 이것저것하면 조언을 구해서 판소리 복싱 동작을 만들어 나갔다. 초반 바닷가에서 나오는 동작은 정말 제가 열심히 짠 복싱 동작들이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나온 동작은 사실 막 한 모습이다. 흥과 우리나라 고유의 리듬, 그리고 제 안에서 나오는 것들을 토대로 막 분출해서 했다. 정말 마음대로 했다"고 전했다.

판타지적이고 만화적으로 그려낸 '판소리 복서'는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역시 전달한다. 병구의 마지막 라운드를 그려낸 엔딩에 대해 엄태구는 "현실적이지 않고 슬펐다. 처음에 대본 보고 감독님이 엔딩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더라. 저는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병구가 바라는 꿈일 수도 있다고 봤는데 감독님도 그렇게 보셨다더라. 현실로 보는 분도 계실 것이다. 열려 있는 엔딩 같다. 병구가 바라는 것들을 판타지로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며 "사실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저도 어차피 잊힐 거니까'라는 대사가 저에게 와 닿았다. 정말로 그렇지 않느냐"고 했다.

또한 병구의 어리숙한 순수함이 박관장(김희원 분)과의 브로맨스, 민지(이혜리 분)와의 로맨스에 힘을 불어 넣는다. 엄태구는 김희원과 호흡에 대해 "제가 팬이었고 희원 선배님이 친구처럼 현장에서 얘기해주고 실제로도 많이 친해져서 희원 선배님 보면서 한 것 같다. 선배님이 던져주는 공을 보면서 하고, 실제 영화 찍으면서도 제가 선배님 의지해서 그런 브로맨스 부분이 드러난 것 같다"고 회상했다. 혜리와 호흡에는 "둘의 모습이 귀여웠던 것 같다. 그리고 혜리씨의 밝은 에너지가 현장에서도 좋았지만 영화로 보면서도 너무 좋았던 것 같고 그래서 저도 받고 병구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엄태구는 '안시성' 때 설현, '구해줘2'에서 한선화에 이어 혜리와 로맨스 호흡을 펼치며 '배우돌과 로맨스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이에 엄태구는 수줍어하며 "제가 그들을 커버해주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분들 도움을 받으면서 현장에서 해서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은 배우로서 호흡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실제 연애에 대해 묻자, 엄태구는 쑥스러운듯 미소를 지으며 "연애를 다 잊어버렸다. 제가 쑥스러워서, 연애를 안 한 지도 꽤 됐다"고 했다. 이어 "멜로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다. 현실에서 못하는 건데. 하하. 어떻게 하다 보니까 멜로가 들어가 있는 작품을 하게 됐고, 사실 하기 전에 겁이 많이 났다. 제가 '안시성' 때부터 '판소리복서'까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도 중간중간 단편 찍을 때 멜로가 있었고 그때도 많이 긴장됐지만 단편을 통해 하니까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과 호흡을 자랑한 엄태구는 전작에서도 선배들과 남다른 '케미'를 드러냈던 터다. 이에 "사실 전 재미없는, 필요 없는, 쓸모없는 후배 이미지 같다"라며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다 한다. 제가 적응을 잘 못하니까 선배님들이 다 끌어주신다. 선배님들을 잘 만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송강호 선배님이 제일 잘 챙겨주셨다. '안시성' 때는 조인성 선배님이 그랬다. 사실 모든 선배님들이 다 챙겨주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는 병구를 통해 '미완의 꿈'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엄태구에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고 있는 거 같지 않다. 다 한다면 연애도 하고 그랬을텐데 저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이상형에 대해 묻자, 한참 고민하던 엄태구는 "아무래도 말이 많지 않다 보니까 밝고 그런 분들이 괜찮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한 엄태구는 "사실 코미디는 가장 어려운 장르 같다.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어렵다"면서도 "병구 캐릭터가 엇박자가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던 작품이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추억이 될 것 같다.
거칠게 활동적으로 전력질주를 몇 년 만에 해봤다. 거의 몸을 불살랐는데 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롱테이크도 많아서 거의 쓰러지기 전까지 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판소리 복서'는 오는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