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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검찰 개혁 ≠ 조국 수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3 17:06

수정 2019.10.03 17:06

[여의나루]검찰 개혁 ≠ 조국 수호
이른바 '조국 사태'가 나라를 둘로 갈라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200만명이 모여 검찰개혁을 촉구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주말에 더 많이 모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검찰개혁과 더불어 조국수호를 외친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어제 개천절 광화문 일대에는 수백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조국 퇴진, 조국 사퇴에서 이제는 정권 퇴진으로 구호가 변하고 있다. 탄핵도 언급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트라우마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양쪽이 심리적 내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증오감과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나라를 이런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 검찰의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도 상황은 종료될 것 같지 않다. 어느 쪽이든 수긍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우리는 탄핵정국에서 거의 1년 가까이 허송세월한 바 있다. 비생산적인 일로 또다시 드잡이를 벌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다.

여권은 다시 일어난 '촛불'에 고무돼 있다. '검찰 쿠데타' '항명'에 이어 '윤석열 사퇴'를 공공연히 언급한다. 다중의 위력으로 적어도 조국 장관 수사는 위축된다고 보는 듯하다. "검찰총장에 지시합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마따나 분노가 서려 있다. 여권은 지금이 검찰개혁을 이룰 적기요, 그 일을 해낼 사람은 조국밖에 없다고 한다.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극단적 대립으로 민생이 망가지는 것도 감수할 태세다.

그동안 나는 검찰개혁 관련 글을 꽤나 쓴 편이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 혹은 금지, 경찰 수사에 대한 법률적 지휘 강화, 경·검 등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적 통제 등을 주장해 왔다. 이런 검찰개혁의 대의에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광화문 일대에 모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검찰개혁의 일차적 기회를 놓쳤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이나 조 장관 등은 책이나 강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집권 초기 전광석화와 같이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검찰의 반발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더 강력한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80%를 넘은 일도 있었다. 당시 검찰개혁 화두를 꺼냈다면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몰두하는 검찰에 환호하느라 적기를 흘려보낸 것이다.

조국만이 할 수 있다는 말도 동의하기 어렵다. 검찰개혁 방안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수처 법안, 수사권 조정 법안은 이미 국회 신속처리 절차를 거치고 있다. 조만간 본회의 표결이 예정돼 있다. 조 장관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옳든 그르든 야당이 극력 반대하는 조 장관이 나선다면 반대표만 늘릴 뿐이다. 검찰개혁 방안을 내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검찰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특수부 축소 등에 청와대도 긍정적 평가를 한 바 있다.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특수부를 전부 폐지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할 경우 검찰이 이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마디로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는 동의어가 아니다.
가족이 수사 대상인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이해충돌이라는 국민권익위의 해석도 있었다. 진정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라고 판단한다면 조 장관이 물러날 적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대의명분의 칼자루를 쥐는 길이자, 야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당당히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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